저희집이나 시집이나 밖에서 보면 평범한 집이에요. 평소에 가족들 생일 있으면 모여서 초 불고, 가끔 외식도 하고 그런 평범한 집이에요. 감기 걸려 아프시면 약도 사다드리고, 제가 아프면 부모님도 밥해주러 오시고요. 막 살뜰한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정 없는 그런 관계도 아니고요.
근데, 이건 많이 노력해서 이뤄낸 관계고요, 어릴땐 참 힘들고 이 가족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정도 관계의 모양을 갖추게 된건, 엄마가 아주 아프고 나서 기운이 딸리니까 전처럼 자기 멋대로 고집피우고 무리해서 사업한다고 날뛰고 이런게 없어지면서에요. 온 가족이 희생했어요. 엄마때문에.
시집은 시아버지가 몇년전에 난치병으로 돌아가셨고, 시어머니와 남편은 어릴때 사이가 너무 안좋아서 시아버지가 그것땜에 스트레스로 돌아가셨다는 생각까지 모자가 할 정도에요.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고 여기도 시어머니가 나이들고 기운이 빠지면서 전처럼 고함치고 욕하고 이런건 줄어든 상태에요.
양가 모두 노후에 요양원 가면 누워있다가 죽는다고 생각하면서 죽어도 집에서 죽는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계세요. 가끔 제 속내를 떠보시는데, 저는 티 안내죠.
다행히 저희 아버지는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으셔서 간병인을 쓸거고, 그러면 집에서 어찌저찌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겠죠. 아빠는 자존심더 세고 가부장적이라 부모가 아프면 자식이 밥도 해다주고 이런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제가 30대때도 그랬어요.
근데, 저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효는 없어요.
그냥 내 삶에 크게 지장에 없는 선에서,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간에 그리고 마음이 내키는 만큼만, 해드리고 말거에요. 그 마음에 내키는 만큼이 어느정도냐.
엄마아빠한테, 시어머니한테 받았던 온기만큼, 딱 그만큼이에요.
나는 얼마나 온기를 받았느냐? 생각하면, 사실 편안한 온기는 별로 없어요. 반찬을 하나 줘도 그게 나를 위한건지, 본인을 위한건지, 습관인지 뭔지 느껴지잖아요.
제가 바랬던건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부담주지 않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이런건데, 사실 이런것보다는 아시잖아요...
그래도 불편한 온기여도, 어쨌든 나에게 쌓여왔던 온기가 있다면 그정도는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그치만 그 이상을 했다가는 저에게도 한이 맺힌 어린 시절이 있어서 체할것 같거든요.
가끔 엄마가 엄마의 부모님에게 배운 "부모님께는 이래야하고, 어른에게는 이래야하고.. " 이런 말들로 저를 슬쩍 교육시키려고 하면, 속으로, "엄마도 노후가 불안하구나. 근데 엄마, 미안한데,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지, 콩심고 팥을 기대하는건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해요.
하물며 시어머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