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노나...,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께오선 환경미화원보다 쓰레기를 못 치우고
종로의 분식집 사장님들보다 김밥을 못 맙니다
전하께오선 화가보다 그림을 아주 못 그리고
시를 쓰면 택도 없이 유치할 것이며 
씨름선수보다 씨름을 못 하고
인구 소멸로 폐교에 내몰린 시골 초등학교 산수 선생보다 
산수를 못 가르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줄 아뢰옵니다
오늘도 마을마을 찾아다니며 
정성껏 식사 준비하고 뒷바라지 해주는 요양보호사들보다 노인을 못 모시고
처처에 늘린 주방장들보다 요리를 못 하십니다
저 빛나는 높은 빌딩들의 어둡고 축축한 지하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밥을 해먹으며 청소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보다 변기청소를 못하고
변기에 묻은 똥을 못 치우고
땡볕 아래 훈련하는 젊은 군인들보다 총을 못 쏘고
과학자보다 현미경을 못 다룰 것이옵니다
100층 빌딩에 목숨을 매달고 유리를 닦는 노동자보다 유리를 못 닦을 것이옵니다
응급실 의사보다 수술을 못하고
오늘도 하루 일당벌이에 내몰린 조적공보다 벽돌을 못 쌓는 줄로 아뢰옵니다

 

그것이 전하의 실력이옵니다

 

당연히 역사 선생보다 역사를 모르고
오토바이 알바생보다 오토바이를 못 타고
어린이보다 공룡의 이름을 모르고
동화책 속의 주인공 흉내를 유치원 선생보다 못냅니다
대다수 전문 법관보다 법을 모르며
반도체 전문가보다 반도체를 모릅니다


전하~
정말 아뢰옵기 황송하고 황송하오나 할 말은 계속 해야겠사옵나이다
귀를 기울이시오소서 


전하께오서는 심지어 무용수보다 춤을 못 추고
가수보다 노래를 아주 못 부름은
볼 것도 없이 확실히 그렇사옵니다
그럼에도 전하가 하늘 아래 만인지상의 우뚝한 존재인 것은 그 모든 백성들의
빛나는 재능과 고난 꿈과 절망을 한 곳에 모아들일 줄 알기 때문이옵니다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업을 독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 모든 위대한 백성들의 일생의 사업과 생각을 모아 
더 크게 더 아름답게 나랏일에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이옵니다
전하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하는 천부 사업이옵니다
반도체도 제대로 모르면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 지휘하시고
시도 모르면서 문화 사업을 총괄 지휘하시는 전하
그래서 전하는 백성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백성들의 훌륭한 재능과 생각을 모아 더 많은 백성들을 위해 나라에 적용하는 
존귀한 존재이옵니다
백성들은 전하를 존경하며 따르며 
심지어 전하의 무릎 아래 목숨을 내놓고 다만 엎드릴 뿐이옵니다

 

전하~
전하께오서 신을 콕 찝어서 사발SNS통문에 언급하시면 
저는 전하만 바라보며 사는 이성을 잃은 충직한 백성들의 먹잇감이 되어 
하루아침에 저승사자가 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이미 전하께오서 엑스에다가 콕 찝어 언급한 백성 한 명은 
득달처럼 달겨들어 전하의 심기를 경호하는 다른 백성들에 의해 
완전 초죽음이 되었사옵니다
전하의 심경을 건드리는 죄 백번 죽어 마땅하오나

 

금 모아서 김대중, 솔직하다 노무현, 점잖기만 문재인을 비롯한 저 훌륭한 선대로부터 
날름날름 혓바닥 이명박, 패션쇼걸 박근혜는 물론
만고역적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부침의 세월이었음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 모든 제왕들은 임기 5년 혹은 5년도 되기 전에 궁궐을 떠나야했습니다
발버둥을 쳐도 떠나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옵니다 

 

아뢰옵기 되바라지고 황송하오나
전하는 백성들이 임기 5년에 임시 고용한 알바생이옵니다
천년만년 장기집권은 오직 백성들만이 한다는 걸 깊이 새기셔야 하옵니다
만인지상 전하 위에 하늘이 있사옵고 그 하늘과 동격으로 백성이 있사옵니다
집단으로서의 백성만이 아니라 
개개의 일인 일인의 백성이 전하보다 존귀한 존재이옵니다
일일이 말대구하고 가르치려 들지 마셔야 하옵니다
백성 돈 먹고 사는 복지부동 공무원들만 한없이 가르치고 꾸중하고 자르고 뽑으셔야지요
사기언론 기자들만 공개적으로 가르치고 꾸중하셔야지요
중도확장 하신다고 먹던 국에 꾸정물을 부어 양만 늘리는 
아둔한 일을 하지 마셔야 하옵니다 
진정한 중도확장은 새로운 중도재료로 새로운 국을 끓여
만백성 앞에 내놓는 것이옵니다
만인지상 전하 위의 하늘 위에 백성들이 전하께 더없이 공손하며
고개 숙여 따르고 희망을 품고 내일을 꿈꾸는 이유는
전하께오서 단기 알바생이기 때문이옵니다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그 위태로운 알바생에 대한 측은지심과
일 잘하는 알바생 전하에 대한 존경심의 이중적 심리 때문에 
알바전하를 따르는 것이옵니다
전하가 백성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백성이 전하를 여럿 중에 간택하였사옵니다
전하께오서는 가르치려 들지 말고 
백성에게 항상 배우고 백성의 중지를 모으고 
모은 것을 나라에 공평히 적용하는 데 힘써
거기서 기쁨을 찾아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면 하늘보다 존귀한 백성이 임시직 전하께 고개를 한없이 숙였다가
천둥처럼 쳐들며 우레같은 박수를 칠 것이옵니다
시장에 가서 박수 받는 것만 즐기지 마시고
페북이든 엑스든 나타나는 모든 곳에서 겸손하셔야 하옵니다
전하께서 지나치게 세밀하고 친절하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도 
생계에 바쁜 백성들은 조까라마이싱 건방지게 여길 수 있사오니
천번만번 유념하셔야 하옵니다

 

전하~
기왕 이렇게 된거 이 말씀도 드려야겠사옵니다
전하의 뛰어난 머리와 탱크 같은 돌파력에는 코끼리 같은 브레이크가 꼭 필요하옵니다
전하의 궁궐과 전하의 당은 좀 다르게 굴러갈 필요가 분명히 있사옵니다
전하의 심기경호원을 당 수장으로 굳이 임명하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돌파에 돌파는 속도위반이지만 돌파에 브레이크는 속도조절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잘 하신 일도 많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전하의 심기 불편한 말씀만 드리고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뒤에서 뭘 조정하는 듯이 하시면 절대 아니되옵니다
“아, 당에다가 말했는데 말을 안 듣네” 어쩌고 하다고 쫓겨난 역적 윤가를 되새겨보셔야지요
전하가 천하에 알린 공약에 수사기소 분리는 명토박아 있사온데
꽁양꽁양 속삭이듯 일부 신하의 옆구리를 찔러서인지
전하 등극 1년이 지나도록 미적대고 있사옵니다
아주 분명히 전하의 잘못이옵니다 
심지어 수사기소 분리 이전으로 돌아가는 법안을 발의한 간신들도 있사옵니다
이것은 천하를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던 윤가 역적의 2차 버전이옵니다
그들과 속삭이지 마셔야 하옵니다 
백성들은 생계의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남 눈치보며 속삭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사옵니다
백성들은 속삭이는 소리만 들려도 열불이 나고 환장을 하여 상소문을 올리고
종묘 앞에 엎드려 통곡을 하옵니다
할 말씀이 있으시면 큰 소리로 분명하고 똑똑하게 말씀하시고
일부를 위해 일부에게만 들리는 말 따위 작은 말과 속삭임에는 입을 다무셔야 합니다
백성은 전하에게 목숨을 맡겼지만 전하의 목숨은 백성에게 달려있사옵니다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사실 적시이며 신의 정을 다한 호소이옵니다
전하~
신은 여태 내란수괴 윤석열 지지자들 중에 정신질환자와 인격파탄자가 많고
전하의 지지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사옵니다
그동안 신은 저쪽은 무조건 악, 이쪽은 무조건 선이라는 
완전하고도 어리석은 이분법적 진영론적 사고에 충실하였사옵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서 
전하의 지지자들 중에도 정신질환자와 인격파탄자가 아주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사옵니다 
이로써 신은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평무사한 중도적 사고를 가지게 되었사옵니다
모두 전하의 하해 같은 은혜이옵니다

 

전하~
쓰레기를 제대로 못 치우고, 김밥을 못 말고, 청소를 못 하고, 배달오토바이를 못 타고, 벽돌을 쌓지 못하고, 시도 못 쓰고, 노래도 못 부르고, 공룡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전하~
그러기에 더욱 그 모든 사업을 지휘하셔야 하는 전하~
백성 아래 만인지상 위대한 전하의 만수무강을 비옵니다 

 

신은 한때 전하를 ‘상처가 언어가 된 사람’이라고 부르며
전하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전하를 위해 저 무도한 재판관들에게 탄원서를 썼던 사람이옵니다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전하의 심기경호 간신부대가 몰려와서 지랄할 것이 무척 가소롭지만 아주 조금 성가시기 때문이옵니다
전하를 향한 신의 마음에 변함이 없음을 있는 대로 생색내며 
당당한 알리바이를 마련코자 하는 심정에서이옵니다 
지금껏 할 말 안 할 말로 전하의 심기를 건드린 소신을 죽여주시오소서 
전하 앞에 간곡한 1차 호소문을 낭독한 것만으로도 
신은 영광스럽게 눈을 감겠사옵니다

 

 

**
국가 정부에 의한 가치의 총체화 전체화 통일화 규격화는 생계 생존의 다양한 경계에서 제각각 출현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뭉개버리고 있다. 반도체라는 신소재 신자본으로 온통 국민적 정신까지 쥐떼처럼 몰려가는 것에 대한 일정한 반발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상소문 아닌 상소문은 국가에 의한 정신의 총체화 전체화 통일화 규격화 중심화를 미약하게나마 거역하는 의미를 나름대로 포함하고 있다. 거역함으로써 다양하고 풍요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이기도 한데, 그것이 거칠고 허술하나마 시인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출처 : 김주대시인페북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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