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사에 살면서 느끼는 점

며칠 전 아파트에서 같이 운동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친구는 하남 토박이입니다. 부모님도, 그 부모님도 이 동네에서 오래 사셨다고 하더군요.

반면 저는 전라도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로 대학을 왔습니다. 신림, 대방, 길음, 회기…. 서울 곳곳을 전전했고, 친구 집에 얹혀살기도 했고, 바퀴벌레가 들끓는 자취방에서도 살아봤습니다. 낭만 하나 믿고 학교 방송을 하다가 학사경고까지 받았고, 대학원에서는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버텼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대기업에 취업했고, 결혼과 출산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 전 남편이 암 3기 판정을 받으면서 10년 가까이 병간호와 생계를 함께 책임졌습니다. 이후 이혼을 겪었고, 울산과 전주에서 연수를 다니고, 분당에 정착했다가 용인·평택·안성을 거쳐 결국 하남 미사까지 오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참 많이 떠돌며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부러웠습니다. 한 동네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거든요.

'나는 괜히 너무 힘들게 살아온 건 아닐까.'

비 오는 저녁, 그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각설하고, 미사 이야기입니다.

미사는 신도시답게 젊고 활기가 있습니다.

저희 야생마 같은 중학생 딸은 버스를 타고 서울도, 천안도 혼자 잘 다닙니다. 자유로운 성격이라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도 많았습니다. "애 교육 좀 시켜 달라", "욕을 너무 많이 한다"는 전화를 받아본 적도 있고, 속도 많이 썩였습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을 거치며 아이도 저도 조금씩 자란 것 같습니다.

미사에 와서 가장 놀란 건 병원이었습니다.

역 근처에 병원이 정말 많습니다.

직업상 의료기기와 식약처 관련 일을 자주 하고, 가족 중 아픈 사람이 많다 보니 병원을 가면 진료보다 먼저 '여기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원장님은 어떤 경력이실까', '이 진료과목으로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같은 생각부터 듭니다. 직업병인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미사는 병원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처방 장벽도 낮은 편입니다. 반대로 의정부 쪽은 설명은 훨씬 꼼꼼하지만 처방은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일 뿐입니다.

음식점은 아직 과도기 같습니다.

신도시 특성인지 오래 자리를 지킨 맛집이 많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처음 살았던 분당 정자동이 떠오르더군요. 맛은 경기도 가격은 서울 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나는데 04년 그때의 분당은 활기가 좀 있긴했는데 이제는 굉장히 조용해진것같습니다. 나이가 다 드셨겠지요

미사는 10년차쯤 되는것같은데  깔끔하고 새 건물은 많지만 '여기만의 오래된 맛'은 아직 만들어지는 과정 같습니다.

미사는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도시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골프8학군이라 이사오셨다는 분도 만나봤고, 또 이천 여주 홍천 쪽 골프장이 무척가까운편이고 집앞에 미사역근처는 연휴전 강원도가는 차가 막히더라고요 코스트로 줄도 길고 신기했습니다. 

 

용인이나 천안에 살 때보다 예술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고, 학원을 운영하는 지인들도 이쪽이 분위기가 조금 더 자유롭다고 이야기합니다. (동탄 수지 학원가 학부모 민원이 많다고...학원운영하는 친구들이 힘들다는 얘기몇번들었거든요)

 

'골프 8학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군요. 정말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제가 살아본 도시 중에서는 애견인이 가장 많은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지금도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전라도로 출장을 갑니다.

공장도 가고, 정부출연연구기관도 갑니다.

그래서 더욱 도시마다 비교가 되는것같습니다. 

여전히 어디엔가 정착했다기보다는 떠돌며 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본 도시들을 돌아보면, 미사는 꽤 독특한 색깔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살아보지 않은 지역도 많고,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미사는 어떤 동네예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마음대로 살 수 있다면….

저는 연희동 같은 동네, 아니면 삼성동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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