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TSMC 실적이 반박한 메모리 피크아웃론

TSMC가 16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최근 시장에 퍼졌던 메모리 피크아웃 주장에 강한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순이익은 7,066억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하며 시장 전망치(6,326억 대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매출 역시 36% 증가한 1조 2,700억 대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총이익률 67.7%, 영업이익률 60.3%라는 수치는 첨단 공정의 가격 결정력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TSMC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을 높여 잡고, 사상 최대 규모인 560억 달러 수준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AI 반도체 주문이 앞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전 세계 AI 칩 생산의 중심에 있는 TSMC가 이런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고객사의 수요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하는 기업이 AI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TSMC가 첨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것은 곧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가속기 생산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 AI 칩에는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결국 TSMC의 생산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 증가와 직결됩니다. AI 반도체가 많이 생산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으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고, 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요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발언들도 주목할 만합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미국 고객들이 주도하는 수요를 향후 수년간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산능력이 추가로 가동되더라도 수요를 따라잡기 벅차다는 뜻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범용 메모리와 HBM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으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공급망의 최전선과 메모리 제조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TSMC의 발표는 최근 제기됐던 메모리 피크아웃 논란에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AI 투자 피로감과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을 앞세운 우려가 이어졌지만, 정작 AI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은 투자 확대와 강한 수요를 이야기했습니다. TSMC 경영진이 AI 수요가 여전히 매우 강하다고 밝힌 것은 AI 산업의 기초체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AI 칩 생산이 계속 확대되고 HBM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메모리 산업을 둘러싼 비관론 역시 다시 검증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편 최근 반도체 주가가 밸류에이션 부담과 메모리 가격 변동성 우려 속에 조정을 겪으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상승장 속에서 먼저 매를 맞는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본격적인 하락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우려합니다.
결국 시장의 판단을 바꿀 결정적 분기점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한 실적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컨퍼런스 콜입니다. 이 자리에서 AI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메시지가 확인된다면, 최근 제기된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 수요처인 글로벌 빅테크들이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역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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