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소장이 된 박대령 사건 관련 최초 공익제보자였던 김규현 변호사의 글입니다.
길지만 제빌 좀...
[ "바보야, 문제는 기소권이야!" ]
— 검찰 흑역사를 거론하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외치는 분들에게 고함
★ 글이 깁니다. 사실 일반인보다 의원님들, 정책결정자 분들이 보기를 바래서 쓴 목적이 더 큽니다. 오늘(14일) 민주당 의원총회가 있다고 하던데, 의원님들께 이 글을 많이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댓글에 보기 편하게 처리한 블로그 링크를 달아놓았으니 편하게 보시려면 그걸 참조 바랍니다)
◆◆ 1. "그때, 공수처가 있었습니까?"
보완수사권 폐지론자들이 즐겨 꺼내는 카드는 한국 검찰 스스로의 흑역사다.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2015년 한동훈 검사장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의 후배 여검사 성폭력 사건, 같은 해 윤대진 검사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 세 사건 모두 봐주기 수사에 관여한 검사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 사건들을 근거로 "그러니 검사의 수사 관련 권한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그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공수처가 있었는가?
없었다.
세 사건 모두 2013~2015년의 일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1월에야 출범했다. 즉 이 사건들은 애초에 "검찰을 견제할 외부 기구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식 때문에 대검찰청 감찰부 외부화(외부 감찰부장제 도입)와 공수처 설치가 추진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때 공수처가 출범하기만 하면 검찰 비리가 죄다 발본색원될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정치인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지금도 현역이다.
과연 그랬는가.
◆◆ 2. 만들면 다 되는줄 알았다 — 그런데 정작 만들어진 공수처는?
공수처는 2026년 1월로 출범 5주년을 맞았다. 그 5년간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총 6건이다. 연간 3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면서 1년에 평균 1건꼴로 기소가 이뤄진 셈이다. 2025년 3월 검사 1명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 9개월 넘게 '기소 휴업' 상태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수처만 만들면 검찰 비리가 다 해결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그 사람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 3. 이 나라 최고의 법꾸라지들을 수사하는 기관을 이렇게 무능하게 설계한 실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도와 기관은 턱 만들어 놓는다고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치밀한 제도설계와 인재등용이 뒷받침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판사와 검사라는, 이 나라에서 가장 정교한 법률 실력을 가진 집단을 수사하는 기구라면, 그 기구 자체가 판검사를 능가하는 실력자들로 채워지고 거기에 걸맞은 권한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상식이다. 그리고 실제로 공수처 설계 논의 당시부터 이 점을 지적해온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출범한 공수처는 어땠는가. 판검사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고위공직자를 관할 대상으로 삼는 방대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면서도, 정작 그 임무를 감당할 수사 노하우와 실력을 갖추었는가? 택도 없었다. 임무는 과대하게 설계하고, 실행력은 뒷받침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세금 하마', '수사력 부재'라는 처참한 결과물이다.
이 설계 실패는 누구의 책임인가. 최소한 그 설계에 관여했던 이들이라면, 지금의 결과에 대해 일말의 책임 인식과 반성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 그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더 강한 개혁, 검찰 권한의 완전한 박탈"이다. 자신들이 설계한 기구의 무능을 가리기 위해, 그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 대신 더 강한 개혁을 포장하며 엉뚱한 권한(보완수사권)을 다음 표적으로 돌리고 있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봐야 하나.
◆◆ 4.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나 — 기소권
저들이 문제로 내세우는 사건을 다시 하나씩 짚어보면, 오히려 보완수사권 폐지론의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가 더 선명해진다.
김학의, 진동균, 윤우진 사건에서 발생한 검찰의 봐주기·은폐 의혹은 보완수사권 탓이 아니라 기소권이라는 최종 권한을 검찰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 따위가 없어도 경찰 송치 사건을 무혐의로 뒤집는 것은 기소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결국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봐야 사건 은폐를 막는 데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진짜 통제해야 할 핵심은 검찰의 최종 기소권이다.
폐지론자들이 우려하는 방식의 검찰발 사건 은폐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이후에도 조금도 어려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형식적 절차인 보완수사조차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편이 은폐를 더 간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 5. 국민 삶 속에서 보완수사권이 실제로 해온 일
반대로 보완수사권이 우리 국민의 민생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한번 살펴 보자.
장윤기 사건:
경찰이 '일반 살인'으로 정리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강간 목적 살인'으로 죄명을 바로잡았다. 그 과정에서 경찰 수사팀장의 증거 누락·인멸 정황까지 드러났다.
김창민 감독 사건:
경찰이 '상해치사'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요구를 거쳐도 한계에 부딪히자 직접 압수수색·통화 녹음 분석에 나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고 '살인죄'로 죄명을 바로잡았다.
정인이 사건:
경찰은 세 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를 모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넘겼다. 이후 검찰은 양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됐던 사건에서 사망 원인 재감정을 직접 의뢰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살인죄를 추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가평계곡 살인사건('계곡살인'):
경찰은 애초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했다가 유족 지인의 제보로 재수사에 나섰지만, 보험사기미수 혐의로만 송치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가 전면 재수사를 결단하고 수사기록과 디지털 증거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끝에, 계획살인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 무기징역을 이끌어냈다.
위 사건 모두 경찰의 결론에 검찰이 머무르지 않고 직접 파고들었기에 실체가 밝혀졌다. 반대로 검찰이 잘못을 저지른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수사개시권 또는 기소권의 남용이지, 보완수사권이 동원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처방은 명확하다. 수사개시권과 기소권은 통제하되, 보완수사권은 살리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처방이다.
◆◆ 6. "보완수사권도 수사권이다"라는 구호에 대하여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이 구분과는 거리가 멀다. "보완수사권도 수사권이다! 왜 없애면 안 되느냐"는 구호가 반복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주장이 틀렸어도 보완수사권 폐지가 시대정신이다!" 라고 외치는 사람들 앞에서 무슨 논리와 설득이 필요한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끝까지 노력해보겠다.
이 구호는 수사구조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 —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이 어떻게 다르고, 각각이 어떤 폐해와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 — 을 전혀 구분하지 않는다. 방향이 완전히 다른 두 권한을 "어차피 수사권이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뭉뚱그려 없애자는 것은, 정교한 제도 설계가 아니라 선동적 구호이자, 종교적 신앙에 가깝다.
책임지는 수권정당,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이 양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로 사건을 해결해온 권한과, 실제로 사건을 은폐해온 권한을 구분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는 입법은 결국 다음번 장윤기 사건이 터졌을 때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어떤 검사출신 야당 정치인이 TV에 나와서 "여러분, 제가, 이렇게, 된다고, 여러번, 경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경을 고쳐쓰며) 민주당은, 왜 항상, 범죄자, 편을, 드는 겁니까?" 하며 깐죽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을 기어이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야, 이렇게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7. 바보야, 문제는 기소권이야
김학의, 진동균, 윤우진 — 이 세 사건에서 검찰이 남용한 권한이 보완수사권인가? 아니다. 기소권이다. 보완수사권이 없어도 검찰은 기소권만으로 얼마든지 사건을 손쉽게 불기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착하는 이들은, 정작 이 세 사건의 실제 원인인 기소권 통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입을 다물고 있다. 그에 대해 이렇게 답해주겠다.
바보야, 문제는 기소권이야.
한 기관의 권한을 실효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원래 외부 기관의 몫이다. 내부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래된 상식이다. 경찰의 수사권을 통제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원칙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 귀결은 하나다 — 경찰 수사권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라는 외부 기관으로 통제하고, 검찰의 기소권은 법원·공수처·시민이라는 외부 기관으로 통제한다. 이것이 상식적인 설계다.
그런데 지금의 논쟁에서는 검찰의 기소권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검찰 보완수사권만 없애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주장만 반복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 8. 그래서 몇 번이고 제안했다 — 기소권 통제와 공수처 재설계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는 건 결국 검찰에 권한을 몰아주자는 것 아니냐. 기소권도 견제해야 하지 않느냐"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이 제안은 이미 상당 기간 해온 이야기다.
ㅇ 법원 재정신청제도의 실질화:
현재 일부 범죄에 국한된 재정신청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법원에 실질적인 수사지휘권 내지 보완수사권 등 사실확인 권한을 주어 형식적 검토가 아닌 실질적 증거심사로 강화한다.
ㅇ 공소심의위원회 · 한국형 대배심 도입:
중요·논란 사건에서 외부 시민들이 참여해 검찰 기소 판단의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하고, 더 나아가 시민이 직접 기소 여부 판단에 관여하는 절차를 중요 사건에 시범 도입한다.
ㅇ 검사징계위원회 실질화 및 검사징계법의 공무원징계 통합:
검찰 징계를 일반 공무원 수준에 맞춰 제 식구 감싸기를 제도적으로 차단한다.
그리고 공수처는, 없애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ㅇ 공수처의 사법비리 전담수사기구화:
판사·검사, 그리고 경정 이상 고위 경찰관 사건만을 전담하는 '사법비리 전담 수사기구'로 범위를 좁히고 집중시킨다. 이렇게 하면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범위가 정확히 일치하게 되어, 지금처럼 대부분의 고위공직자 사건은 결국 검찰에 다시 넘겨야 하는 이중구조가 사라지고,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구속기간 문제나 검찰과의 관할 신경전 같은 실무적 병목도 해소된다.
ㅇ 경찰의 검사 비위 수사 시 영장·송치를 공수처로 변경:
경찰이 검사 관련 비위를 수사할 때는 영장 신청과 사건 송치를 모두 공수처로 하도록 하여,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차단한다.
ㅇ 형사사법기관 전담 감찰기구 신설, 또는 감사원 감사 확대:
검찰과 법원 역시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외부 감사의 대상이 되도록 하거나, 경찰·검찰·법원·공수처를 아우르는 전담 감찰기구를 별도로 둔다.
이렇게 설계하면, 경찰의 수사, 검사의 영장청구, 검사의 기소·불기소,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찰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보완수사권을 없애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을 양산하고 민생수사를 폭망하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검찰의 폭주를 막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형사사법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 9. 왜 하필 보완수사권 하나만 타겟인가
이 제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부르짖는 쪽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들은 체를 하지 않는다. 무능해서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소권 통제를 실질화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유독 보완수사권 하나만 집요하게 타겟으로 삼는다면, 그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아봐야 한다.
하헌기 정치평론가가 정확히 짚은 것처럼, 이미 검찰개혁의 본질적 부분(수사개시권 폐지 등)이 완성되었음에도 보완수사권 폐지 구호가 반복되는 이유는 검찰개혁 완수 이후 어젠다 부재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정치적 유인 때문이라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즉 — 검찰개혁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더 이상 내세울 정치적 구호가 없어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 .
검찰개혁 이외의 의미 있는 의제를 던져본 적이 없는 정치인들에게는, 그 싸움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편이 자신의 정치적 존재 이유를 지탱해준다. 그러니 이미 차단된 위험(별건수사·표적수사)을 여전히 살아있는 위험인 것처럼 반복해서 경보를 울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진단이 맞다면,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두 겹의 답이 있는 셈이다. 첫번째는 앞서 지적한 실질적 수혜자 — 장윤기 사건에서 증거를 누락시키고 수사 상황을 유출했던 경찰 카르텔, 이미 로펌 시장에서 경찰 고위직 전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 두번째는 그리고 검찰개혁이라는 구호가 소진되면 다음 어젠다를 찾기 어려운 정치인들이다. 후자에게는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의 실익보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서사 자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나 더 말하자면,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퇴임 후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이 논리대로라면, 검찰로부터 실제로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아본 당사자인 대통령 본인이 자신에게 다시 위협이 될 제도를 굳이 남겨뒀다는 뜻이 된다. 국회의원실보다 훨씬 큰 조직인 정부가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해당 사건에 한정된 제한적 보완수사권' 이상의 대안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실제로 이 이상의 뾰족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고, 오히려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 10. 결론: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라 수사기소 분산으로
경찰의 수사 부실·은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으로 견제하고, 검사의 기소권·영장청구권 남용은 재정신청 실질화·공소심의위원회·시민참여형 심사와, 제대로 재설계된 공수처·외부 감찰기구로 견제한다. 이 두 트랙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어느 한쪽을 없앤다고 다른 한쪽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논쟁이 처음에는 "보완수사권 폐지냐 유지냐"는 이분법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인식은 서서히 "기소권을 포함한 검찰 권한 전반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는 더 정확한 질문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합의다.
— 보완수사권은 유지하되, 검찰의 기소권·영장청구권 남용을 막을 실효적 장치를 함께 설계한다. (이에 관한 답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했다)
공수처의 관할을 사법비리 전담으로 좁혀 수사권과 기소권의 범위를 일치시키고, 경찰의 검사 비위 수사는 영장·송치를 공수처로 일원화하며, 검찰과 법원을 포함한 형사사법기관 전체에 대한 감찰 사각지대를 없앤다.
이것이 수사기소 '분리'(검찰개혁 2.0)가 아니라 수사기소 '분산'(검찰개혁 3.0)이다. 어느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권한을 몰아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 양쪽 모두에 대칭적인 여러 견제장치를 배치하는 것이다. 새 시대의 문제는 낡은 이분법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로 풀어야 한다.
◆◆ 11. 지난 3년 함께 싸웠던 사람들에게
여기까지 읽고도 여전히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물리치고 넘어서야 할 상대로 여기는 사고방식은 이제 내려놓았으면 한다(그건 윤석열의 사고 방식이다). 우리는 함께 윤석열 내란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고, 선동이 아닌 논리로 모여 토론하고 숙의하는 것 — 그게 지금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의 있습니다. 이의가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도 있습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검찰의 보완수사가 경찰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개혁은 국민 피해가 없게끔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보완수사권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두 민주정부 대통령의 말에 이제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장윤기 사건 같은 일이 분기마다 되풀이된다면, 그로 인한 정치적 비용은 결국 그 가짜개혁을 주도한 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폭망적인 결과 —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 까지 감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내 주장이 틀렸어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시대정신"이라는 정신분열적 구호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제발 3년동안 사선을 함께 넘나든 동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라.
"여러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