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시론]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마지막 빗장을 열어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통과에 이어, 최근 국무총리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확정하면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 마침내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마지막 문턱에서 여전히 과거의 관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추운 거리에서 내란을 막아내고 검찰개혁의 완수를 요구했던 주권자의 의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보완수사권 폐지가 ‘서류중심주의로의 회귀’라거나 ‘졸속기소로 범죄자를 방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얼핏 정당한 법리적 우려처럼 보이는 이들의 논리는, 실상 지난 수십 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검찰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갇힌 해묵은 저항이자 개혁의 본질을 왜곡하는 길잡이에 불과하다.
1. 서류중심주의 회귀라는 가짜 프레임과 공판중심주의의 왜곡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사가 피의자 얼굴도 못 보고 서류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주장은 사법개혁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왜곡이다.
진정한 공판중심주의는 판사가 검경이 작성한 서류(조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의 진술을 직접 들으며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유죄 인정의 원칙이다. 기소관청인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다 매섭게 추궁하고 조서를 꾸미는 행위 자체가 공판중심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과거 ‘검사 작성 조서의 절대적 증거능력’에 기대어 법정을 요식행위로 만들던 검찰 만능주의의 유산이다.
선진국 형사사법시스템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기소권을 쥔 검사가 수사권까지 쥐고 직접 피의자를 대면할 때, 인간의 심리상 자신의 수사 방향이 옳음을 증명하려는 강력한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자신이 짜놓은 프레임에 맞춰 불기소할 사건을 수사하거나, 유죄를 확신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비극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검사는 수사기관이 확보한 객관적 증거와 기록을 바탕으로 ‘제3자의 눈’에서 기소의 적정성을 엄밀히 평가하는 철저한 객관적 감시자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권력분립의 헌법적 가치이자 민주적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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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졸속기소와 범죄자 방면’은 제도적 보완책을 외면한 기우
짧은 구속기간과 공소시효 임박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영리한 범죄자들이 풀려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는 시민사회가 수개월간의 숙의를 거쳐 촘촘하게 설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새롭게 발의되는 개정안은 단순히 보완수사권을 빼앗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반복 출석요구 금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수사인권보호관 신설 등 수사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장치를 도입했다. 특히 시민으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원회’를 통해 검사의 소추권 남용과 위법한 기소를 조기에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유기적인 보완수사 요구 체계를 실질화하면 해결될 문제를 두고, 굳이 검사가 직접 2차 수사를 해야만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경찰을 여전히 하급 기관으로 부리려는 일제 경찰 잔재식 사량에 불과하다.
3. ‘검찰 불신’이 아니라 ‘시스템의 책임성’ 확립이 요체
보완수사권 폐지의 유일한 논거가 검찰에 대한 감정적 ‘불신’ 때문이라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 개혁은 특정 집단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라, 국가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도적 결단이다.
우리는 과거 정치검찰이 자행한 선택적·정치적 수사의 폐해를 똑똑히 목도했다. 전직 대통령부터 대기업 재벌, 그리고 언론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검찰이 짜놓은 수사 프레임 속에서 삶이 파탄 났다. 수사권이든, 보완수사권이든, 2차 수사권이든 검사에게 수사의 칼날을 쥐여주는 순간 권력의 비대화와 성공 경험을 축적한 조직의 부활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하나회를 해체하여 군부 쿠데타의 싹을 잘랐고 국정원을 개혁해 정치 개입을 막았듯, 이제는 검찰이 권력의 주체로 군림하던 시대를 끝내야 할 차례다. 기소관청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소관청이 본연의 업무인 ‘기소 여부의 객관적 판단 및 공소 유지’라는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획정해 주는 것이 올바른 개혁이다.
더 이상 역사적 과제 앞에 주저할 시간은 없다. 참여정부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도입부터 문재인 정부의 1차 수사종결권 제도화까지, 민주정부와 깨어있는 시민들은 수십 년간 피눈물을 흘리며 검찰개혁의 길을 닦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검찰청 폐지와 선진형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이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일부 법률가들과 의원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은 입법 과정에서 정교한 조문 다듬기와 경찰의 책임성 강화로 해결할 영역이지,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핑계가 될 수 없다. 당내 선거 논의 왜곡이니 속도조절론이니 하며 결정을 미루는 행동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며, 기득권 카르텔의 안착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는 부여받은 무거운 책임감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 시한에 맞춰 7월 중 반드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더 이상의 지체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거대한 개혁의 파도는 이미 시작되었고, 대한민국은 마침내 검찰의 수사권에 짓밟히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는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페북에서펌 (원동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