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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는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 않고, 모든 권력은 타락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반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인간은 개조될 수 있으며, 혁명을 이끄는 권력은 타락하지 않는다는 낙관적 맹신을 전제로 한다. 두 체제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철저한 현실주의 관점을 갖고 있다. 존 로크나 몽테스키외 등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만든 사상가들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결함이 있는 존재로 보았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 중 한 명인 제임스 매디슨은 이를 명문으로 요약했다. “만약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 없을 것이다.” 어떤 선한 사람도 절대 권력을 쥐면 반드시 타락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쪼개고 서로 견제(Checks and Balances)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의 목적은 유토피아 같은 최고의 선을 달성하는 것보다, 최악의 독재와 타락을 막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공산주의 사상은 인간의 결함이나 탐욕이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잘못된 구조 때문에 생긴 후천적 질병이라고 본다. 사유재산 제도를 폐지하고 계급이 없는 사회를 만들면, 인간 역시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도덕적인 존재로 개조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시스템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 권력에 대한 과신으로 이어졌다. 궁극적인 공산주의로 가기 전 단계인 프롤레타리아 독재 시기에는 국가 권력이 오직 공익만을 위해 무결하게 작동할 것이라 가정했으나, 권력을 쥔 당이나 독재자 역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간과했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사회주의·공산주의 정권이 예외 없이 대중의 자유를 억압하고 강압 통치를 자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강압 통치는 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을 통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리하여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 특성을 보이는 독재자와 전체주의자들은 모두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과 사법을 무력화하는 공통된 행보를 보인다. 역사가 증명하듯, 이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낙관적으로 바라본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견제 장치가 사라진 곳에서, 인간 개조와 평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절대 권력은 결국 소련의 스탈린주의나 북한처럼 가장 참혹한 부패와 독재로 귀결되었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못나고 유약한 면을 솔직하게 인정했기에 끊임없이 수정·보완되며 살아남았고, 공산주의는 인간과 권력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포장했기에 현실에서 파산했다. 그러나 이념의 교조주의와 지적 맹목성에 갇힌 이들은 여전히 눈앞에 드러난 역사적 대실패를 외면하거나 믿지 않는다. 권력의 폭주를 막는 제도의 브레이크가 하나씩 해체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