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길에 주저앉아 있는 노인

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제 아이랑 홍대 쪽에 갔었는데 홍대입구역 지하 역사에서 환승하려고 걸어가다가 길바닥 한 가운데 주저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봤어요. 숨 쉬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는데 워낙 혼잡한 곳이라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녔어요. 

 

저희는 다행히 급한 약속이 있는 건 아니라 할아버지 한테 괜찮으신지 여쭤봤더니요. 너무 힘이 들어서 좀 쉬었다 가고 싶은데 앉을 데가 없다고요. 정말 그 큰 역사에 벤치하나 없더라고요. 부측해서 한 쪽 구석에 앉으시게 하고 저도 옆에 앉아서 물 드리고 부채질도 해드렸어요. 이제 좀 괜찮다고 역에서 나가서 휴대폰 고치러 삼성 매장까지만 좀 부축해 달라고 하시는데 아이와 같이 양쪽에서 부축해보니 몇 걸음 걸을 수도 없이 다리에 힘이 풀렸더라고요. 이러다 넘어질 것 같은데 괜히 저희가 어줍잖게 부축하다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다시 어디 앉혀드리고 119에 전화를 했어요.

 

바로 출동하신다고 해서 할아버지랑 같이 기다리는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그 때는 한 시간 반을 기다렸는데도 안 왔다고 그냥 가자고 자꾸 그러시더라고요. 다행히 15분쯤 후 119 대원 여러분이 출동하셨고 저희보고는 그냥 가라고 하셔서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그냥 왔는데요. 병원 가시겠냐고 묻는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봐도 병원 갈 상황은 아니고. 한쪽 눈이 안보이는 장애인이시고 걷기 힘든 노인이 주저 앉아 계셨으니 119부른 게 오버한 건 아니겠죠? 구급대원들도 엄청 바쁘실텐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하나 메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좀 찜찜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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