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서서 가다가 종아리가 가려워 운동화 신은 발로 종아리를 살살 긁으려 했을 뿐이네. 내 발이 무언가와 슬쩍 부딪힌 것 같길래 뒤 돌아보니 젊은 청년 자네가 흠칫 놀라더만.
나도 내 뒤에 그리 바짝 사람이 붙어 있는 줄 몰랐고 발을 밟은 것도 아니고
자네 다리를 툭 친 정도라 목례만 하고 마저 보던 유튜브 보며 갔네.
그때 그냥 큰 소리로 "미안합니다" 할 걸.
얼마쯤 지났을까 다음이 내려야 할 지하철역이라 출입구 쪽으로 슬슬 자리를 이동했네.
그런데
지하철 문이 열리고 문을 나서는데 젊은 청년 자네가 내 발을 꽈악 밟으며 황급히 나갈 줄이야.
눈물이 날 만큼 아팠지만 아차 했네. 아까 미안하다고 말할 걸.
그래서 빠르게 도망치듯 가는 자네를 따라갔네.
에스컬레이터가 붐벼서인지 개찰구 밖에서 어느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두리번 거리는 자네를 봤지.
가까이 가서
"총각 아까 미안했어요. 일부러 부딪힌 건 아니에요. " 말하고 "그렇다고 일부러 내 발을 밟고 가는 건..." 말을 이어갔는데 자네는 귀신같이 뒤따라온 나를 보곤 흠칫 놀라더군. 귀에 이어폰을 꽂아 내 뒤늦은 사과를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뭐 캥기는 게 있는지 도망치듯 앞장서서 가더군.
나는 집에 와서 복숭아 뼈 근처 피가 나길래 소독하고 밴드 붙여주었네.
어제 저녁 4호선 오이도행 지하철에서 만난 젊은 청년!
아무리 미래가 안보이고 답답한 현실이라도
세상 그렇게 살면 잘 풀일 일도 더 안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