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25년쯤 되어 갑니다.
서로 불편한 대화 못하는 회피형이라 큰소리 내고
싸워본 적은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남편은 고학력에 귀하게 자란 도련님 스타일이고
스펙은 화려하나 돈이 되는 직업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유명하지만 그게 다에요.
청소년기까지는 매우 유복하게 자랐고
시부모님 보면 가세가 기울었어도 여전히 우아하고
정갈하고 두분 역시 고학력자 입니다.
저도 결혼까진 순탄했어요. 크게 도와줄수 있는 시부모님은
아니지만 인격적으로 대해주셨고 남편과도 잔잔하게 살수 있겠다
욕심이나 열정있는 삶은 아니지만 친정부모님께서 여유로워서
집도 준비해주시고 감사한 환경이어서 그냥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남편과는 돈 이야기 한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남편과 제가 맞벌이 해서 번돈로 살다가 뭔가 힘들면
그냥 저혼자 친정부모님께 도움 요청해서 육아하고 집도 갈아타고
애들 사교육도 시키고 대학 보내고...
그렇게 살다보니 상당히 자산은 많은 편입니다.
애들 어릴때 맞벌이에 애까지 둘이니 죽도록 힘들었는데
남편은 애들 키우며 도움 필요할때 도움된게 없어요.
나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특별히 육아를 책임지거나
애들을 알아서 씻긴다거나 재우거나 (해도 엄청 힘들어하거나 윽박지르거나)
제 입장에서는 차라리 옆에 없는게 도움될 정도로...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남편은 더이상 급여를 저에게 주지 않습니다.
이것도 대화를 통한 게 아니고...그냥 자연스럽게....
여전히 안락하고 좋은 동네에서 제가 빨래도 밥도 하고 관리비도 내고
장도보고 삽니다. 제가 씀씀이가 큰편이 아니라 사실 큰돈 들지는 않죠.
남편과 저는 각자 큰방을 차지하고 각자의 삶을 즐겨요.
둘다 집돌이 집순이라 각자 일하고 각자 커피마시고 그러죠.
애들은 다 자라서 독립했어요.아빠와의 사이도 좋습니다.
어릴땐 우리집은 왜 이러나 의문스러워 하기도 했는데
애들이 그냥 엄마아빠는 이렇구나....친구처럼 사는구나 인정아닌 인정..
큰소리 내거나 모진 말을 하지도 않고 가족모임에서 잘 먹고 하니까...
또 각자의 부모님의 생신이나 명절에도 잘 챙기니까 ...
남편은 되게 비겁하고 무책임하고..저는 바보 멍청이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