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90년대부터 늘 주식을 하셨어요.
이모부 몰래 친척 친구들 돈 빌려서 주식하다 다 날리고 이혼 당하냐 마냐 하다 좀 잠잠해지면 다시 시작.
나중엔 사채까지 쓴 것 같은데 이모부 퇴직금이랑 서울 집 판 돈으로 간신히 정리하고 한동안 잠잠.
그러다 요새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이모도 인생 2막이라고 생기가 돌더라고요. 지금 85세인데 아직까지 살아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사는 게 이렇게 재밌는 줄 모르고 죽었으면 억울했을 거라고요. 한 달전에 만났을 때는 얼마전에 일억 벌었다고 조카인 저한테 백만원 용돈도 주셨어요. 저는 주식 안 하지만 주식 오르면 우리 이모가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면서 같이 좋아했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분위기가 쎄해요. 이모가 투자한 종목이 떨어졌나 전쟁때문인가 싶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잔다고 끙끙 앓더라고요. 주식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지 하루이틀 겪은 일도 아닌데 뭘 그러나 했었는데요, 변호사인 제 친구한테 상담을 하셨대요. 지금까지 신나게 오르던 주식 싹 다 팔아서 3억을 만들어서 투자회사 직원에게 통장째 맡겼는데 한달도 안 되어서 0원이 되었다고 전화가 온 거예요. 이제 주식은 끝났고 빨리 코인으로 갈아타야 된다, 5천 맡기면 5억을 만들어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거기에 넘어간 거래요. 문제는 그 모든 거래를 그 사람들이 불러주는 대로 이모가 자기 손가락으로 클릭해서 한 거기 때문에 아무리 심증은 사기지만 사기죄가 성립될 지 물증이 하나도 없어서 고소를 할 수도 없다는 점. 게다가 현금자산 탈탈 털어서 갖다 바친 거라 소송하려고 해도 변호사 착수비 줄 돈도 없다네요. 어리버리한 85세 할머니 등쳐서 전재산 털어간 인간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라고 보려고 사무실에 이모랑 같이 쳐들어갔더니 영업방해라고 경찰부터 부르네요. 하루에도 그런 일이 여러번 있나봐요.
우리 이모 이러다가 홧병으로 돌아가실까봐 너무 걱정 되는데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 계실까요. 도대체 저희가 뭘 어떻게 해드리는 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