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버지와 매실나무

아버지는 80대 중반입니다

현재 지방 중소도시에 사시고, 또 인근 시골 고향동네에 자그마한 텃밭을 가지고 계셨어요

퇴직후 정정하실 때는 30, 40분 정도 운전해서 시골 텃밭을 잘 왕래하셨어요

그 텃밭에 오래된 컨테이너도 하나 구입해서 가져다 놓고서는 집도 아니고, 창고;;도 아닌 그곳에서 재미나게 잘 지내셨어요

배추를 키워서 이고지고 날라서 김장도 하고, 또 엄마랑 부부쌈을 하신날에는 혼자 훌쩍 그곳에 가셔서 하늘 보고 구름 보고 그랬다고, 저나 형제들도 애기들을 데리고 놀러가서 고추 따고 냉이 캐고 물장난하고...

지금은 운전면허를 반납하셔서 전혀 시골 텃밭에 가지를 못하십니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시골이라서요

몇달전에 갑자기 아버지가 그 텃밭의 매실나무가 매실이 많이 달렸을 거라면서, 매실을 따와야겠다고 그러셔서 저랑 언니가 아버지를 모시고 오랫만에 시골에 다녀왔어요

가물가물 10년 이상 안 간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갔는데

아버지가 살뜰하게 가꾸던 그 텃밭은 사람 키 만큼 자란 풀에 뒤덮여 버렸고, 컨테이너는 녹슬고 비틀어져 문도 안 열리고, 텃밭옆에 있던 어떤 할머니가 살던 집은 철거되어 흙벽만 남아있네요

매실나무에는 매실이 3,4개 달리고 거의 없더라고요. 

우리가 사람 키만큼 자란 풀을 좀 정리할려고 연장을 찾고 있는데, 아버지가, 쓸쓸한 표정으로 그냥 두라고, 그냥 두라고 그러시는데, 순간, 더이상 아버지가 이곳에 오자고 하질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실은 지나가는 소리고, 아버지는 이곳에 그냥 오고 싶으셨나 봐요

엄마의 구박을 받으시면서도 꿋꿋히 찾던 아버지만의 비밀스런 공간, 한편으로는 도심에서 자란 손자손녀들과 함께한 즐거운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찾지않고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 생전에 더이상 이곳에 올 일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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