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글은 그냥 생각난대로 적다보니 주술관계도 안 맞고 오타도 많고 길기도 길어서.. 단락 좀 정리해서 올립니다.//
최근 국내외 정치 흐름과 가짜뉴스, 그리고 보수 진영 내에서 음모론이 퍼지는 현상을 보면서 다음 세대의 화두가 무엇이 될지 개인적인 관찰을 조심스럽게 공유해보고 싶어 글을 씁니다. 단정적인 결론이라기보다, 요즘 정치를 보며 들었던 씁쓸한 생각들입니다.
사실 저도 무지 궁금해했었거든요. '왜 우파 시위에 성조기가 등장하는 걸까...' 하는 거요.
- 2003~2017년 : 광장의 성조기, '외로운 소수'의 소환
처음에는 반미 시위에 위기감을 느낀 전쟁 세대와 한기총 소속 대형 교회들이 2000년대 초반 구국기도회 같은 것을 할 때 성조기를 들고 나왔었지요. 그때 효순이·미선이 사건도 있었고 이라크 파병 반대 시위도 있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가 일어났을 때, 보수가 집권 여당임에도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대다수 언론이나 국민 여론이 반(反) 박근혜 기조로 돌아선 상황이 그들에게 극단의 위기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이미 종북 세력한테 전복되었으니 우리를 구원해 줄 절대 권력인 미국을 소환해야 한다'라는 심리적 발로였달까요.
사실 이때까지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태극기 부대'라는 말이 우호적인 느낌은 아니잖아요. 엄마부대라는데 80대 정착 단계로 보이는 분들이 나오고, 이스라엘 국기에 성조기까지 겹치니 이 무슨 콜라보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의 특징은 다른 나라의 보수주의가 보통 '민족주의'를 띠는 것과 달리, 약간 메시아를 기다리는 성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에 기대어 안보를 확인받으려는 심리가 크죠. 80대가 되신 전쟁 세대에게는 전쟁 트라우마가 엄청났을 것이고, 반공의 가치가 종교와도 같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의 중국을 보면 전통적인 공산주의라기보단 기이한 독재 자본주의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광장의 반공 구호가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인 쉐도우 복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전체주의 국가가 북한과 연결되어 당장 우리를 위협한다는 실존적 공포가 명확히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붙잡아두어야만, 국내의 정치적 반대파들을 '종북 친중'으로 몰아세우며 자신들의 결속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중국이 이렇게 크기 전까지는 반공이나 멸공 같은 구호가 뜸하다가, 중국이 미국과 맞설 정도로 경제적·사회적 사이즈가 커지니 그 공포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거기도 할 테고요. 여기까지가 2017년까지의 흐름이라고 본다면, 사실 이때까지는 태극기 부대가 성조기를 들고 나와도 대다수 국민 정서와는 확실한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2. 2017~2020년 : 미국의 대전환과 극우 복음주의 파이프라인
그렇기에 2017년, 2018년, 그리고 2020년은 아주 중요해집니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체계가 바뀌게 되니까요.
사실 한국의 정통 보수 내면에는 피땀 흘려 일군 '한강의 기적' 서사가 있었습니다. 이는 국익 중심의 실리주의에 기반합니다. 그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실제로 대중 수출 비중도 매우 높았기에, 중간에서 줄타기를 잘하여 국익을 챙기자는 게 좌우를 막론한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체계가 바뀌면서 미국이 한국에게 적대국을 향한 최전방 기지 역할을 요구했고, 국익을 저울질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쪽과 이제는 선택의 시기이므로 절대적으로 의탁해야 한다는 쪽으로 보수의 시각이 갈리게 됩니다.
이와 맞물려 미국의 보수 역시 체질이 바뀝니다. 2017년 미국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큐어넌' 음모론이 올라왔는데, 이것이 미국의 극우 복음주의 기독교와 결합하면서 트럼프에게 '사탄(딥스테이트)과 싸우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적 지위'를 부여합니다.
미국의 일상 같지만 한국에도 이 극우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의 유명한 목사님들 중에는 한국계도 많지요. 이분들의 교리가 깔린 파이프라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려연방제 추진 후 국민 자산을 몰수한다",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동성애 비판자는 감옥에 간다", "제주도 예멘 난민들이 무슬림 테러단체 후원을 받는다" 같은 가짜 뉴스가 전문 전사 300명 양성 기획 등을 통해 유포되어 왔습니다.
봉은사에서 땅밟기 운동을 했던 인터콥과 에스더기도운동, 그리고 미국의 극단적 복음주의 기독교는 서로 다른 조직이 아니라 '세대주의'와 '신사도 운동'이라는 기독교 교리를 공유하는 뿌리입니다. 말하자면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해서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 예수님이 재림한다는 교리죠. 이 과정에서 이슬람권과 중국은 사탄의 장벽이며 이를 부수어야 한다는 호전적인 선교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스더기도운동 역시 미디어를 사탄이 장악한 고지로 규정하고 이를 탈환하려는 '영적 전쟁'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에 미국의 큐어넌이 결합하면서 베리칩, 딥스테이트, 차별금지법 음모론, 그리고 부정선거론까지 더해진 것입니다.
3. 2020~2022년 : 차별금지법과 방역 갈등, 그리고 선거 마케팅
사실 여기까지는 기독교 일부나 태극기 부대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편화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2020년~2021년 차별금지법 발의와 코로나 방역 갈등을 거치며, 일부 극우 복음주의 기독교에 머물던 "우리를 구하소서 미국이여"라는 믿음이 평범한 보통의 교회들에게까지 확장됩니다. 차별금지법을 막지 못하면 당장 목사님이 설교하다 감옥에 가고 교회가 무너진다는 가짜 뉴스가 그쯤 교회 권사님들 카카오톡 단톡방을 완전히 장악합니다.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른 대면 예배 제한이나 집합 금지 조치 역시 방역이 아닌 '정치적 기획'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정부가 신천지라는 이단을 빌미 삼아 정통 기독교를 궤멸시키려 한다는 '교회 핍박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와 연합한 큐어넌의 반백신주의 음모론까지 그대로 수입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시기 국내 선거에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도입됩니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지역 갈등이나 색깔론 정도가 쓰였다면, 이제는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계산하에 광장 태극기 부대의 외로웠던 음모론과 혐오를 '갈라치기 전략'으로 흡수했습니다. 제도권 정치가 이를 수용한 것이죠. 단톡방에서 수군수군하던 말들을 정치권이 표를 위해 봉인을 풀어버린 셈입니다. 2030의 반중 정서와 '멸공 마케팅'도 이 무렵 선거 마케팅의 훌륭한 재료로 쓰였습니다. 혐오를 배설하고 소비하는 하위문화가 선거공학에 그대로 접목된 것입니다.
유튜브와 SNS는 알고리즘의 발달로 사람들을 각자의 버블에 가두고 보고 싶은 뉴스만 보게 만듭니다. 누군가 이 음모론에 한 발을 들이면 끝없이 관련 영상만 나오는 구조죠. 이 흐름 속에서 창간 당시 SKY(서초·강남·용산) 등 부촌 지역 뉴스만 다루던 '스카이데일리'가 극우의 선봉 매체로 급부상합니다.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같은 뉴스를 생산하고, 국힘의 중진 의원이 이를 지역구에 대량 배포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4. 2024~2026년 : 계엄 사태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까지
2024년 겨울,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보통의 국민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난민이나 차별금지법 이슈에 비해 '부정선거론'은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었기에 계엄의 명분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거죠.
하지만 권력의 최정점에서는 '중국과 선관위 서버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를 국가원수가 대검과 군대를 동원해 진압해야 할 '실재하는 적'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국민 인식과 워낙 거리가 멀었으니 스스로 '계몽 계엄'이라는 말까지 꺼내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정통 보수주의는 이 부정선거론과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조갑제, 정규재, 이석연 같은 정통 보수 원로 논객들이 과거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거나 연대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던 저변에는, 바로 이 미국 복음주의 가짜 뉴스와 큐어넌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절대적인 경계심이 있었습니다. 선거 이후 다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당시 헌법 체제를 뒤흔들던 극우 음모론과 무책임한 갈라치기 정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스템을 안정시킬 '차악'이나 대안으로서 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현재 , 일부 극우 세력만의 동조에 머물던 부정선거론이 지방선거에서 터진 말도 안 되는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선거 공정성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국민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했고, 결국 평범한 대중과 일반 국민들의 내면으로 무섭게 확산되는 결정적 계기 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최고 수준의 IT 국가에서 투표지가 모자라 참정권이 침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이 시스템 자체에 대한 거대한 불신을 품게 된 것이죠.
선관위의 안일함과 행정적 무능이 낳은 결과인데, 이것이 '선관위 요직과 서버를 중국인이 장악해 선거를 망쳤다'는 큐어넌식 음모론과 결합하면서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고 범국민적인 이슈로 확장 되어 버린 겁니다. 이준석 의원이 선거부정론자들과 끝장 토론을 벌이고, 최근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을 찾았을 때 "엄마가 중국인이냐"라는 식의 황당한 야유를 들으며 극도로 분노했던 것도, 이 가짜 뉴스 세력이 합리적 사회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깊은 좌절과 화의 발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며
올림픽공원에 모여 눈물로 통성기도를 하며 성조기를 흔드는 그분들... "곧 구원하러 오소서, 주여, 미국이여"를 외치는 그 세력이 과연 한국 보수의 심장을 새로 차지하게 될지, 아니면 이미 깊숙이 차지해 버린 것인지 씁쓸한 의문이 남는 요즘입니다.
아... 저는 주적은 북한이라 생각하고
시진핑 개놈.. 이렇게 말해도 삶에 지장 없는 주변에 극우 복음주의 기독교인 유독 많은 이재명 대통령 비판적 지지자입니다. 민주당도 이제 기득권이 되었다.. 생각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게 맞지만 기계적 관성적 PC는 좀 돌아볼 때도 되었다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