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다렸던 선약국 얘기가 꼬꼬무에 나왔어요.
외출했다가 헐레벌떡(?) 들어와서 오 분 늦게 보기 시작해서 끝까지 보고 글 씁니다.
저는 행당동 무학여고 나왔어요. 그래서 저 파랗고 낡은 간판을 늘 보며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간판은 제가 처음 봤을 때부터 이미 아주 낡은 모습이었고 동네 약국치고도 조그만 곳이라,
그렇게 전국적으로 유명한 약국인 줄은 몰랐었죠.
그러다 저희 집에도 다친 사람이 생기면서
이모가 연고를 권해 줬나... 그래서 이모가 준 건지, 엄마가 사 온 건지 그 연고가 저희 집에까지 온 기억이 나요.
꼬꼬무 보다 보니까 강남 쪽 할머니들에게 그 연고가 유명했다는데 ㅎ 그거 보고 좀 웃겼어요.
저희는 강남 쪽 끄트머리에 살았고 (잘 살았던 건 아님)
개포, 포이, 도곡, 이런 데에 이모들이 흩어져 살았거든요. 고만고만한 낡은 동네였죠.
엄마랑 이모들이 맨날 통화하면서 동네 이런저런 정보 주고받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뭐는 어디서 사라, 이건 거기가 잘한다, 이 병원이 처방을 잘 한다, 여드름엔 어디서 파는 이 비누다...
지금은 모두 할머니가 된 사람들, 그들이 젊은 아줌마일 때 팔팔한 목소리로 떠들며 주고받은 정보 속에
그 약국의 연고 이야기가 있었어요.
신기하게 잘 듣는 연고였는데... 약국이 없어졌다는 얘길 들은 후
이유가 뭔지, 그 약사님은 어디로 가셨는지, 약 성분은 정말 무엇이었을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 궁금증들을 거의 모두 꼬꼬무에서 풀어 주네요.
와, 그 큰 약통의 약이 삼천 원밖에 안 했다는 건 몰랐어요. 일부러 저렴하게 책정한 거예요.
보다 보니 선약국 약사님은 그냥 약을 파는 약사가 아니라
진정 약을 연구하고 발명하여 사람을 치료하고 싶었던 연구자였고, 인술을 베푸는 분이셨네요.
다친 사람이 지나가면 꼭 불러다 약을 발라 주고
돈도 받지 않으셨다는 약사님.
큰 사고 기사가 나면 연락을 해서 치료해 주었다는 약사님.
얼굴 넓은 면적에 화상을 입고 찾아간 보일러 기사에게
약 한 통을 다 발라 주며 돈도 안 받고 보냈다는 약사님.(그 보일러 기사님이 너무나 깨끗한 얼굴로 나와서
본인이 겪은 일을 얘기하다가, 울컥해요)
사람들의 상처가 나으면, 환자 쪽에서 놀랄 만큼 본인이 더 기뻐하고 신나 하셨다는...
눈물 닦으면서 봤어요.
신제선 약사님.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아셨는지 모르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사람을 구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궁금했던 분들 중 못 보신 분 있으면, 보시면 좋겠어요.
우리 곁에는 무명의 천사 같은 사람들이 가끔, 조용히 이렇게 와 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걸 잘 못 알아보지만
알게 모르게 그 손길에 어루만져지기도 하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 사실을 깨닫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