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가난한 사람들

톨스토이

가난한 사람들

ㅡㅡㅡㅡㅡㅡㅡ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

가난한 사람들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어 주며 살아야

오히려 마음이 더 풍족해지는가

안나는 가난하다

어부의 아내이고

다섯 아이의 엄마다

그의 식탁은 넉넉하지 않다

감자와 검은 빵

그리고 남편이 바다에서 잡아 온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전부다

그런데도 안나는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과 두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여인은 남편을 잃었고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쳐 있다

안나는 망설인다

내가 저들을 데려가면

내 아이들의 몫이 줄어든다

내 아이들도 배고프다

나도 다섯 아이의 엄마다

이 갈등이 없다면

안나의 선함은 가벼워진다

안나가 위대한 것은

넉넉해서 나눈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끝내 내어 주었기 때문이다

선함은

남는 것을 덜어 주는 일이 아니다

때로 선함은

내 몫이 줄어드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안나는 여인과 두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 순간

안나의 집은 더 가난해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집 안의 마음은 더 넓어진다

남편은 바다로 나간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언제나처럼 바람을 맞으며

더 먼 바다로 나간다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왜 우리 집에 또 배고픈 사람이 늘었느냐고

왜 없는 살림에 남의 아이까지 들였느냐고

아내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먼 바다로 나가

물고기 세 마리를 잡아 온다

그것이 안나의 남편이 보여 준 사랑이다

사랑은

말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누군가의 선한 선택이

혼자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함께 짊어지는

일이다

안나가 문을 열었다면

남편은 바다로 더 멀리 나감으로써

그 문이 닫히지 않게 한 사람이다

그 집의 큰아이도 그렇다

줄어든 빵 한 조각을 보며

자기 몫이 작아졌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이도 배고픔을 안다

가난한 집의 아이는

어른보다 먼저 부족함을 배운다

그런데도 큰아이는

여인의 아들에게

자기 빵 한 조각을 조용히 내민다

그 장면이 마음을 오래 붙든다

어른의 선함은 때로 의지일 수 있지만

아이의 선함은

그 집 안에 흐르고 있는 삶의 온도다

부모가 무엇을 지키며 사는지

아이는 말보다 먼저 본다

안나가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남편이 그 선택을 탓하지 않았고

큰아이가 빵을 내밀었다면

그 집은 이미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집이다

여인은 말한다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은혜가 실제로 갚아졌는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받은 따뜻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마음이다

은혜는

반드시 같은 크기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고

다른 시간에 피어나고

다른 굶주림 앞에서 다시 빵 한 조각이 된다

베풂은

계산하면 손해다

그러나 삶 전체로 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깊은 이익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사는가

더 안전해지기 위해 사는가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사는가

물론 사람은 먹고살아야 한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삶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가진 것만 지키다 보면

사람은 점점 작아진다

내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남의 고통을 보지 않는 사람이 되고

내 가족만 지키기 위해

다른 가족의 굶주림을 외면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살면

집은 커질 수 있어도

마음은 좁아진다

안나는 묻는다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사는가

안나는 자기 아이들을 지켰다

그러나 자기 아이들만 지키지 않았다

그는 굶주린 두 아이를 보며

내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안나는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인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

톨스토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평생

부유함만으로 인간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민한 사람이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본 것은

가난을 낭만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이 착하다는 말을 하려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부유한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가난한 사람의 삶 속에서 보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은 고통이다

가난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은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마지막 빛이다

안나가 지킨 것은

빵이 아니다

안나가 지킨 것은

사람이다

남편이 지킨 것도

고기 세 마리가 아니다

그가 지킨 것은

아내의 선한 마음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가장의 품격이다

큰아이가 내민 것도

빵 한 조각이 아니다

그 아이가 내민 것은

우리 집은 가난하지만

사람을 버리는 집은 아니라는

조용한 증언이다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사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식탁을 바라보게 된다

내게 남은 빵은 무엇인가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감자는 무엇인가

내가 조금만 덜어 내면

누군가 하루를 더 버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베풂은

큰 재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내가 힘든데도

상대의 힘듦을 못 본 척하지 않는 것

내가 아픈데도

더 아픈 사람의 손을 잠시 잡아 주는 것

내가 부족한데도

누군가의 굶주림 앞에서

내 부족함만을 이유로 돌아서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내어 줄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몫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쩌면 답은 단순하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을 지키며 사는 것

내 가족을 사랑하되

내 가족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내 삶이 힘들어도

타인의 고통 앞에서

완전히 닫힌 사람이 되지 않는 것

그것이 안나가 보여 준 삶이고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이다

가난한 안나의 집에는

많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집에는

사람이 있었다

빵은 줄어들었지만

마음은 넓어졌고

물고기는 세 마리뿐이었지만

그 바다에는

가족과 이웃을 함께 살리려는

한 남자의 묵묵한 사랑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사는가

오늘 이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내가 가진 것의 크기를 자랑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을 향한 따뜻함인지도 모른다

(모 싸이트 펌:  잠복)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