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초반에 동네에 피자가게가 처음으로 생겼다
피자헛이라는 아주 크고 멋진 가게였다
지나다니며 무엇을 파는 곳인지 궁금했다
오빠가 막 결혼을 했던 때라서 친구같은 올케언니가 있었다
올케언니가 나를 그 피자집에 데려가 주었다
난생 처음 피자라는 음식을 먹었다
처음 먹었을 때는 맛이 너무 이상했다
두번 세번 먹으니까 뭔가 맛있구나 싶었다
넓은 매장의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서
처음 보는 외국의 음식을 먹으니 어른같아서 좋았다
피자는 비싼 음식이었지만 언니가 몇번이고 사 주었다
그해 여름에 친구의 아버지가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다
여섯명이 문상을 갔다
상복을 입은 친구가 슬피 울었다
문상을 마치고 나오니 친구집 앞이 언니와 다니던 그 피자가게였다
그냥 헤어지기 서운해서 문상간 친구들끼리 거기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셋 여자친구가 셋이었다
길을 걸어가며 농담도 했는데 피자가게에 들어가자 남자친구 셋이
돌덩이처럼 굳어 버렸다
난생 처음 보는 곳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들은 피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피자가 나오기 전 포크와 나이프가 놓이자 엄청난 긴장감이 흘렀다
셋은 모두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여자친구들이 피자를 덜어서 접시위에 올려주고 잘라서 먹으라고 시켜도
셋은 눈치만 볼 뿐 포크를 집어 들지 못했다 여자들이 먼저 피자를 먹기 시작하자
그들도 하나둘씩 움직였다 두번째 피자조각이 접시위에 놓이자 조금 긴장을 풀었다
이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뭐냐고 드디어 한명이 물었다
피자야. 가르쳐 주었다
남편은 그해 서른아홉살이었다
나와는 봄에 만났다 남포동의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피자헛이 있었다
점심은 피자를 먹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일요일이었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피자가 나왔고 나는 한 조각을 남편, 그 때는 남편이 아니었던
남자의 접시위에 올려주었다
만나고는 있지만 결혼을 할지 어떨지 고민스러웠던 남자였다
남자는 한 손에는 나이프를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피자의 정중앙을
찢었다 피자는 너덜너덜하게 두 조각이 났다 포크로 그 중 한 조각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내가 어어. 하며 그 접시를 받아 나이프의 앞부분으로
살살 잘게 썰어 조각을 내어 다시 남편 앞에 놓아주었다. 나이프를 그렇게 쓰는 걸
처음 본다는 듯이 남편이 환하게 웃었다. 그 다음 조각도 내가 썰어주었다
남편은 피자가 정말 맛있다고 했다. 누가 보아도 그날 피자를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그 날 이후로 피자 매니아가 되어서 외식만 하면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몇년간 그는 피자를 원도 한도 없이 먹었다.
나는 그에게 피자를 처음 같이 먹은 여자. 그리고 그다음 많은 것을 함께 한 사람이다.
피자를 처음 먹던 날이 생각난다.
모든 것의 처음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두렵다.
고작 음식인데 처음 보는 것이라 두려워 덜덜 떨던 스무살의 남자 아이들과
서른 아홉살의 남편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 친구들도 남편도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자들이 되어있다
이제 피자같은 건 우습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