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좀 길지만 꼼꼼하게 읽어볼 만 합니다.
저는 공감하지만 이런 이야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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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국운 상승의 호기를 최악으로 이용하는
이재명 정부의 주식 포퓰리즘과 현금 살포
이재명 대통령은 6월 5일 SNS(X)에 "주식시장 정상화가 연금 고갈 방지를 위한 연금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그 고통의 크기를 확 줄였다"며, "대한민국 대표 자산인 주식 평가 정상화가 고통 없는 연금 개혁의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코스피 불장에 국민연금 고갈 24년 늦춰졌다'는 어느 ‘기레기’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연금 개혁을 ‘상당기간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
첫째, 주식 평가 이익은 실현 이익이 아니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이 기록적인 평가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차익 실현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대규모 매도가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정권 역시 그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수 없다면 그건 장부상 숫자일 뿐이고, 연금 지급에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둘째, 지금 팔면 시장을 망가뜨리고, 안 팔면 미실현 이익이다.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국민연금은 170조 원 안팎의 대규모 매도에 나서야 했고, 이것이 시장 수급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최근 6개월 사이에 연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 규정을 두 번이나 올리고 융통성 허용 범위까지 비공개로 바꾸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셋째, 수익률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계산 자체가 불확실하다. 지금 같은 고수익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긴 어렵고, 기금 고갈 시점도 예상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2021년에도 정치권과 개인 투자자의 매도 자제 압박에 밀려 이탈 허용 범위를 넓혔으나, 이듬해 증시 하락기에 국내 주식 부문에서 -22.76%의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므로 주가 호황에 들떠 "연금 문제 해결됐다"고 한 대통령의 말은 너무도 아마튜어 같은 하수의 관점이다.
정리하자면 대통령 발언의 구조적 오류는 세 가지다. 주식 평가액을 현금과 동일시하는 것, 팔 수 없는 자산으로 고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이를 근거로 구조개혁을 미뤄도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정책 자금이 아니다. 가입자 2,200만 명의 노후를 책임지는 귀중한 자금인데, 이를 주식 가격 상승에 이용하는 것은 지독한 포퓰리즘이다.
먼저 지적할 것은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듯이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귀한 달러 잉여를 활용해 국가 부채를 줄이거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거나, 연금 개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 세대를 위한 자금으로 간수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지출을 늘리면서 현금을 뿌려대고 있느니, 모처럼의 호황이 만들어준 국운 상승의 기회를 스스로 소진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호황에 유동성을 더하면 부작용이 곱절이다. 불황기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꺼져가는 불씨에 바람을 넣는 것이다. 그러나 호황기에 유동성을 팽창시키면 이미 뜨거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 → 수출 증가 → 기업 이익 급증 → 코스피 급등. 여기까지는 실물 기반의 건전한 상승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 재정 확대 → 시중 유동성 팽창 → 자산 가격 추가 상승 → 부동산·주식 동반 과열 → 물가 급등 → 금리 인상 불가피 → 가계부채 위기 → 서민 경제 붕괴의 연쇄가 더해지게 될 것이다.
끝으로 반도체 호황은 반드시 끝난다.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사이클 산업이다. AI 투자 붐이 촉발한 현재의 초호황이 영구히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지금 재정을 긴축하고 체질을 개선해 두지 않으면, 다음 다운사이클이 왔을 때 쓸 카드가 없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뿌리는 유동성은 호황기의 여력을 소진하는 것이고, 그 빚은 불황기에 고스란히 청구될 것이다.
국가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은 ‘좋을 때 아끼고, 나쁠 때 쓴다’는 것이다. 이 경고는 이념과 무관하게, 좌우 어떤 경제학자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논리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재명 정부는 거꾸로 하고 있다.
참고로 덧붙이면 주식 가격은 경제 상황의 지표가 아니다. 주식은 경제가 좋을 때도 오르지만 나쁠 때 또는 나빠지기 전에 더 많이 오른다. 인플레가 극심한 나라일수록 주식 가격은 많이 오른다. 예컨대 짐바브예와 베네수엘라나 튀르키예 같은 경우가 그렇다. 최근 원 달러 환율 급등은 이미 시작한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