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펌)천주교정의평화연대 성명문

내란 의혹 핵심 인물들을 기소하지 못하게 방치했는가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과 우유부단이 민주주의의 적들에게 다시 정치적 공간을 열어준 사건이다. 우리는 먼저 민주당에 물어야 한다.

 

왜 추경호는 아직 정치 일선에 서 있는가.
왜 이진숙 김태규는 아직도 공적 책임의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가. 왜 한동훈은 아직 보수 재건의 얼굴처럼 소비되는가. 왜 오세훈은 이명박과 함께 서울 한복판에서 손을 흔들 수 있는가.

 

이들은 단순한 야당 정치인이 아니다. 내란 사태와 헌정질서 파괴, 극우 정치의 확산, 검찰권력의 정치화, 언론 장악과 민주주의 후퇴의 과정에서 반드시 수사받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인물들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무엇을 했는가.

 

시민들은 민주당에 절대 의석을 만들어주었다. 그 의석은 안락한 의회 운영권이 아니라 내란 청산의 명령이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명령이었다.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라는 명령이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세력의 정치적 재기를 막으라는 명령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그 명령을 집행하지 않았다.

 

기소권 완전분리와 검찰개혁은 지체되었다.
내란 숙주 정당에 대한 해산·해체 논의는 흐려졌다. 대법원장 조희대와 문제 대법관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 추궁은 충분히 전개되지 못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재판은 지연되고 있는데, 민주당은 그 지연을 뚫고 나갈 정치적·입법적 압박을 조직하지 못했다.

그 결과 무엇이 벌어졌는가. 해체되어야 할 세력이 다시 선거 경쟁의 한 축이 되었다. 책임져야 할 인물들이 후보가 되고 당선인이 되고 차기 권력의 얼굴이 되었다. 민주주의 파괴 세력이 다시 “정상 정치세력”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명백한 정치적 실패다. 특히 공천은 참담했다. 서울시장 정원오 공천은 시민적 검증과 시대적 상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시장 김부겸 공천은 그의 피눈물 나는 투혼으로 적진에서 싸워나갔지만, 정작 민주당 지도부는 지역주의와 정면 대결하고 있는 김부겸을 지원하는 중앙의 정치적 서사를 만들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의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평택을 선거에서는 애초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정치적 책임의 최소한이었다. 그런데 내란 척결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 싸워온 진보진영에서는 이미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하고 깃발을 세웠다. 그럼에도 조국 전 의원은 평택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검찰의 표적수사와 왜곡된 법리 적용, 선택적 증거 채택에 의한 표적 재판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조국 전 의원의 입장에서 국회 복귀는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시민들 역시 그의 복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함께 내란에 맞서 싸워온 동지들이 이미 선택한 공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조정 없이 조국 출마가 강행되면서, 선거는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청산이라는 본래의 의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지 못했다. 오히려 진보진영 내부의 경쟁과 상호 비방이 부각되면서 시민들이 기대했던 개혁 의제는 실종되었고, 선거판은 다시 상처 주기와 분열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그 틈을 타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윤석열 캠프 출신이자 검사 출신, 보수정당 경력을 가진 김용남을 후보로 공천했다. 물론 김용남이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평택을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김용남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결정은 민주당 지도부의 현실 인식 부재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였다.

결국 평택을 공천은 민주당 지도부의 실패이자 정치적 패착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민들이 요구한 연대와 개혁의 상식을 외면했고, 진보진영 내부의 조정 능력마저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스스로 승리할 수 있는 선거를 패배의 길로 몰아갔으며, 해체와 쇄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국민의힘에 국회의원 의석 하나를 더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더 이상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국민에게 “선거로 심판해 달라”고 말하기 전에, 민주당 자신이 먼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했어야 한다. 검찰개혁을 완수했어야 한다. 내란 책임자들을 수사와 기소의 법정 앞에 세우도록 압박했어야 한다. 헌정질서 파괴 세력을 정치적으로 고립시켰어야 한다. 국민의힘 해산·해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어야 한다.

 

개혁은 느리면 실패한다.
정의는 지연되면 조롱당한다.
내란 청산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세력에게 시간을 주면 그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직을 정비하고, 얼굴을 바꾸고, 다시 권력을 향해 돌아온다. 역사는 이미 여러 번 그것을 보여주었다.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반민주 세력의 뿌리를 제대로 도려내지 못했다. 그 결과 부패한 정치세력은 반복해서 되살아났고, 마침내 윤석열 정권과 내란 사태라는 참극에 이르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국민통합이 아니다. 헌정질서 파괴 세력에 대한 단호한 청산이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다. 사법 권력의 책임 추궁이다. 극우 정치와 내란 옹호 세력의 제도적 퇴출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전면 쇄신해야 한다.

첫째, 추경호, 이진숙, 한동훈, 오세훈, 김태규 등 내란 사태와 민주주의 파괴 과정에서 중대한 책임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왜 지연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따져 물어라.

둘째, 검찰 수사·기소권 완전분리 입법을 즉각 완수하라.

셋째, 내란 숙주 정당인 국민의힘 해산·해체 문제를 헌법질서 차원에서 정면으로 제기하라.

넷째, 조희대 대법원장과 문제 대법관들에 대한 국회 탄핵 및 사법개혁 논의를 즉각 본격화하라.

다섯째, 시민이 납득할 수 없는 공천 실패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책임져라.

 

민주당이 지금도 망설인다면 2028년 총선에서 민주주의는 다시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시민들은 이미 여러 번 기회를 주었다. 이제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내란 청산 없는 국민통합은 허구다.
검찰개혁 없는 민주주의 회복은 기만이다.
사법개혁 없는 헌정질서 회복은 불가능하다.
책임정치 없는 거대 의석은 시민의 배신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민 뒤에 숨지 말라.
국회 의석 뒤에 숨지 말라.
지금 당장 개혁의 최전선에 서라.

그것이 시민이 민주당에 의석을 준 이유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2026년 6월
천주교정의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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