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리요.
어제 어디서 들어왔는지 큰 파리가 있는 거예요.
벌레라면 질색하는 대학생 아들에게 일단 알렸습니다.
방문들 다 닦고 파리가 거실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
못하게 했지요.
아들은 난리가 났어요.
이게 어디서 들어온 거냐, 누가 문을 연거냐 하면서
원인을 찾다가
창문 열어서 내보내자, 종이컵으로 덮어야겠다,
전기모기채로 잡아봐야겠다며
여러 해결방법을 제안하면서 난리.
가만 있어봐!!
저는 신문지를 길게 접어서 파리가 어딘가에
앉기를 기다렸습니다. 파리가 평평한 곳에 앉았으면
아마도 아들은 자기가 잡겠다며 들고 있는 종이컵을
씌우려고 했을텐데
식탁의자 등받이 귀퉁이에 앉아있으니 어쩌지 못함.
저는 살면서 지금까지 몇번은 해봤던 경험을 되살려
길고 탄탄하게 접은 신문지를 적당한 강도로
파리를 향해 잽싸게 또 가볍게 탁 내려쳤어요.
적당한 강도가 진짜 중요한 게 너무 세게 내려치면
큰 파리의 내장이 다 터져서 보고 싶지 않은 거
봐야되고 게다가 사후처리를 해야 되고
반대로 강도가 약하면 죽지 않아 도망가버림.
와우~ 완벽한 강도였음.
파리가 뒤집어져서 죽었는데 아주 깨끗하게 죽음.
아들이 존경의 감탄사를 함.
와 엄마 제대로 죽였는데요. 눈빛도 존경의 눈빛.
근데 모기는 잡는 게 어려워요.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모기는 박수쳐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몇번 시도해봤지만 손바닥만 얼얼하고
놓치기 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