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어머님의 막내며느리다
어머님의 막내아들은 서른아홉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아 어머님을 힘들게 했다
큰소리 한번 내는 법 없이 성품이 순한 어머니는
그저 아들이 결혼하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어느 해 봄에 드디어 주환이가 며느리감을
데리고 왔다 그게 나였다 ㅎ
나는 아들만 셋인 어머님의 옷장과 서랍에
좋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정말 놀랐다
어머님은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좋은 것이라고
꺼내서 보여 주시는 건 정말 오래된 것이었다
진짜 반지도 하나 없으신 거예요? 물었더니
있다며 보여주시는 것도 너무 오래되어
닳고 닳은 반지
어머님은 진짜 좋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머님은 신혼인 나에게 자꾸 어머님의
꽃냄비를 가져 가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쓰지않은
새 냄비세트가 있었다
아들 중 누군가가 사은품으로
받은 걸 집에 갖다 드렸는데
유리로 된 냄비는 사이즈별로
세 개였고 꽃이 그려져 있었다
살림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요리도 할 줄 아는게 없어 냄비가 여러개 필요하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도 갈때마다 그 냄비를
가져가라 하셔서 몇번이나 거절하다가 받아왔다
받아와서 쓰지 않고 두었는데 어머니댁에 다니면서
보니 그 꽃냄비는 어머님이 가진 물건 중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좋은 걸 가진게 없는 어머님은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그 냄비를 나에게 주고 싶어하셨다
그 마음을 나중에 알았다
그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나는 엄마가 없었다
어머님 품이 넓어 어머님께 가서 기대어 있었다
성품이 온순하고 선량하셨다 엄마없는 시간을
어머님께 기대서 왔다
다니다가 예쁜게 있으면
엄마께 사다드렸는데 예쁜게 보이면 시어머님께
사다드렸다 아들들이 입다가 안 입는 낡은 티셔츠를
입으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어머님께
예쁜 블라우스를 사다 드렸다
뭐든지 좋은게 있으면 엄마에게 가지고 갔듯이
어머님께 가지고 갔다
어머님이 계셔서 외롭지 않게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