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버이날을 지나며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때에도,

그리고 돌아가신 뒤에도

내게는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생전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끝내 봉합되지 못한 감정의 균열이 있었고,

애초에 나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오래전에 접어두고 살아왔다.

기대하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선택한

가장 평온한 방식이었다.

세상은 결국 혼자 견뎌내야 하는

긴 여정이라고 믿었다.

괜한 정에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워

나는 부모님의 관심조차

의도적으로 밀어내곤 했다.

마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감정의 싹을 잘라내듯이.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어떠했느냐 묻는다면,

나는 지금까지 큰 동요 없이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해마다 기일이 돌아오고

어버이날이 지나가도

내 마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번 어버이날에는 문득 부모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나도 이제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쓸데없는 감정에 스스로를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세상은 여전히 혼자 견뎌야 하는 곳이고,

나는 아직도 그 사실을 믿고 있으므로.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