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전 KBS 9시 뉴스 앵커의 글을 공유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묻는다. 이것이 진정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거인이 지켜온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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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권력자는 형사소송법 제255조를 씹어드셔도 되나요?
나는 내가 직접 수사한다?
이게 민주주의?
"권력이 만든 특검이 권력의 죄를 스스로 지우는 것을 막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다.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시민 사이의 문제다."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의 일갈은 현재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마주한 참담한 현실을 관통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제정신 아니구나"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부터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교사,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연루된 12개 사건 모두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이번 특검법은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의 재판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전대미문의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사법의 대원칙을 부정하는 <자기 재판>의 모순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가장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을 고르고 그 기관이 피고인 재판을 중단시키는 법안이다.
이는 근대 사법의 대원칙인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 명백한 이해충돌 아닌가?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본인이 피고인인 사건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사건을 자기 손으로 덮는 파렴치한 행위다.
- 민주주의 기본인 권력분립의 정면 침해.
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사건 운명을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입법으로 결정짓는 건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고유 권한을 입법권으로 무력화하는 폭거다.
- 형사소송법 체계의 파괴 아닌가?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 취소를 <1심 판결 선고 전>으로 한정한다.
이를 특별법으로 뒤집는다면 앞으로
어떤 권력자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형사책임을 <세탁>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열린 반민주주의적 <치외법권의 문>은 결코 닫히지 않을 것이다.
- 신독재 오르반과 네타냐후를 뒤따라 가는 건가?
이재명 집권세력의 행보는 최근 선거로 몰락의 길에 접어든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나 장기 집권 중인 이스라엘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작동시켰듼 법치 파괴의 궤적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 헝가리를 집어삼킨 오르반의 법치 유린 잔혹사.
빅토르 오르반은 16년 장기 집권 기간 동안 총칼이 아닌 <법전>을 무기로 독재를 구축했다. 그의 법치 파괴는 치밀하고 단계적이었다.
우선 2010년 재집권 직후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헌법을 전면 개정했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축소해 정부 법안에 대한 위헌 심판 기능을 마비시켰으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사법위원회를 해체하고
총리 측근이 장악한 국가사법국(NJO)에 판사 임용권을 몰아주었다.
이는 사실상 사법부를 행정부의 하급 기관으로 전락시킨 행위였다.
인적 청산은 더욱 잔인했다.
오르반은 판사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강제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독립적인 성향의 중견 판사 수백 명을 하루아침에 몰아냈다.
그 빈자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젊은 법조인들로 채워졌다.
이후 검찰총장에 최측근을 임명해 정권 부패 수사는 원천 봉쇄하는 반면, 정적들에게는 <법 왜곡>을 불사하는 가혹한 수사의 칼날을 휘둘렀다.
모든 폭거를 국민의 뜻과 입법권의 정당성으로 포장했으나 본질은 권력자의 범죄를 은폐하고 영구 집권을 꾀하기 위해 사법 정의를 누더기로 만든
사법 살인이었다.
법치가 무너진 헝가리에서 정의는 사라졌고 오직 집권자의 안위를 위한
법 기술만이 난무했다.
- 네타냐후가 벌인 미친 <사법 쿠데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례는 권력자가 자신의 형사 재판을 피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민사회가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년간 뇌물 수수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네타냐후는 극우 연맹과 손을 잡고 이른바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의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했다.
그는 대법원이 정부 결정을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뒤집을 수 없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판사 선발 위원회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높여 사법부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 했다.
법전문가들은 이를 <사법 쿠데타>라 이름 지었는데 시민들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로 저항했다.
네타냐후는 심지어 자신의 재판에 관여하는 검찰과 사법부를 향해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선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정의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조차 피고인의 형사 책임을 면제해 주는 방패가 될 수 없었다.
법원은 결국 <재판 재개>를 선언했다. 이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모든 시도가 결국 시민의 저항과 법의 엄중함 앞에 무릎 꿇게 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가붕개>를 자초한 민심의 역습
이번 특검법 발의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오죽하면 민주당안에서 조차 <지방선거 역풍>을 걱정하겠는가?
<살기 위한 발악>,
<누더기가 된 법> 이라는 비판은 국민들이 이미 이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을 <가재, 붕어, 개구리>로 여기며
권력자가 법 위에서 군림하려 한다면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일진대?
특검 진짜 목적이 이재명의 정치적 기획 수사나 조작기소 의혹 등을 밝혀내는 진실 규명에 있다면 수사 권한만으로 충분하다. 공소 취소권까지 손에 쥐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특검의 목적이 진실이 아니라 <면죄>에 있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꼴 아닌가?
비슷한 형사재판을 받는 일반 국민은 꿈도 꾸지 못할 특혜를 대통령만이 누리게 하는 것이 헌법 제11조
평등권 조항과 양립할 수 있는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 민주주의의 배신인가, 법치의 수호인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묻는다. 이것이 진정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거인이 지켜온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 셋이 구속되는 걸 묵묵히 지켜보며 사법의 순리를 받아들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수사 칼날 앞에서 당당히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의 품격이자 법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그게 <진짜 민주주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