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기억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엄마 아빠가 하루도 안 싸운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육두문자 말싸움은 기본이고 육탄전도 잦았고
저희 집은 매일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고
공포에 바들바들 떨고 사는 전쟁터였어요
집 담장 밖으로 사람들이 듣길 바라며 짐승처럼
울부짖고 살려달라고 목청껏 소리 지르며 발동동 구른적도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더라구요
집이 끔찍한 지옥 같았어요
지옥 중에서 가장 깊고 무서운 곳이라고 느끼며
자랐는데 나이들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게 아니라 선명해지네요
오늘 오랜만에 낮잠을 자다 깼는데 갑자기 어린시절 느꼈던 공포심이 밀려오면서
전쟁터를 보여주려고 자식을 낳은건가
왜 나를 낳아서 끔찍한 가정을 겪게 했을까
제가 첫애가 아니였으니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을텐데..
엄마와는 연을 끊었고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남편과 대부분의 비밀을 공유했는데
차마 끔찍한 가정사는 얘기 못하겠더라구요
저는 남편과 20여년 살면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다퉈봤어요 그것도 아주 순한맛으로요
서로 육두문자는 커녕 서로 야라고 부른적도 없고요
왜 자식 낳은 부모가 부모답게 살지 못했을까 나이들수록 더 이해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