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제 은퇴한 남편, 신나서 나가네요 ^^

 

학교 졸업하고 40여년 가까이 일하며 우리 가족을 챙기고 돌본 남편이 은퇴를 했어요 

40년의 관성이 새로운 생활에 잘 스며들까 속으로 걱정도 했는데 아침부터 씻고 컴터 가방 등에 메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외치는 초등 아이처럼 신나하며 나가는걸 보니 걱정 안해도 되겠다 싶어요 ㅎㅎ

그동안 못해본 평일 카페 순례 해본다고, 가까이에 있는 숲에 가서 시간 제약 없이 천천히 돌아본다고, 대낮에 돌아다니며 먹고싶었던거 먹겠다고 벌써 점심 메뉴 정하고 이따 거기서 만나! 하면서..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쓰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오늘 아침 만년필 잉크가 다 닳은 것 같다고 하니 와서 손수 뚜껑을 열고 잉크를 넣어주고 가더군요 (며칠 전 남편이 준거라 잉크 넣는 법을 몰라 헤메는걸 보고)

카페 가는 것도 제가 아침에 하는 루틴이 있으니 저는 제 할 일 하고 자기 혼자 다녀오겠다며 계란후라이 해먹고 나갔고요

제가 새롭게 시작한 일도 눈과 손을 많이 써야 하는데 눈버린다고 방 불을 있는대로 다 켜고 나가요

 

바다 건너 사는 아이들은 아빠 은퇴하신다고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왔어요 

아들의 여친도 저희를 ㅇㅇ's umma, appa라고 부르며 ㅎㅎ 이제부터 하고싶은 거 다 하시고 좋아하는 여행도 다니고 좋아하는 만들기도 실컷 하시라고 메시지와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 맘이 느껴져서 기분 좋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만들기 재료도 이쁜걸로 왕창 골라서 보냈다며 멋지게 만들어서 자기들도 하나씩 달라고 ㅎㅎ

 

강남집도 주식도 없는데 지금 이대로 배불러서 딴 생각이 안 들어요

건강챙겨주고, 서로 좋은거 보고 들으면 알려주고, 아침에 눈뜨면 잘 잤냐고 쓰다듬어주고..

멀리 있는 아이들과는 문자로 사랑한다 말해주고, 옆에 있는 남편과는 지나갈 때마다 한번씩 안아주고, 얼굴 마주치면 입 최대한 옆으로 늘려서 웃어주고... 그걸로 충분한 은퇴 후 첫 아침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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