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겹게 싸우는 부모 밑에서
늘 불안하고 예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랐어요. 부부 사이 안좋아도 자식한테 끔찍한 사람들도 많던데 제 부모는 그렇지 않았구요
문제집 한번 사준적 없고
집에 빈방이 있었는데도 공부방 안주고 돈벌겠다고 세놓고 방 한칸에서 온식구가 자는데
중학생인 제가 상펴놓고 한쪽 구석에서 공부해도 티비 쩌렁쩌렁 틀어놓고 보던 부모였어요
공부 잘해서 대학 가겠다하니 반대했고 우겨서 갔고 대학시절 내내 가난한 여자아이가 부모 돌봄없이 객지생활 하는게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살았어요.
친구는 딸이 자취하니 걱정돼서 전화 놔주시고 아침저녁으로 친구 아버지가 전화를 하시더군요
친구집 놀러가서 보면 부모님이 전화오는 그 광경이 참 신기했어요
저는 제가 공중전화 찾아서 집으로 전화걸지 않는이상 연락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지금 저도 또래의 딸을 키우는데
어떻게 갓 고등학교 졸업한 딸자식이 객지에 나가서 혼자사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망 조차 가지고 있지 않던 제 부모가 지금도 이해가 안돼요
방학때 집에가면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대학 보내줬으니 다 갚아라...(등록금은 내주셨음)
책값이나 생활비 감당하느라 온갖 알바하면서 더러운꼴 정말 많이 당했어요. 책한권은 쓸수 있을 정도로요
대문에 여학생 알바 조심해야 한다는 글 보고 진짜 공감해요 제가 보호자 방패도 없는 어린 여대생이 알바하면서 당하는 온갖 추행과 횡포는 다 당해봤거든요
어찌어찌 졸업하고 원하는 분야에 취직도 했지만 IMF 직격탄 맞는 분야라서 바로 실업자되고
학습지교사 학원강사 전전하며 살았어요
일하던 분야에 재능도 있었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경력단절 되고 나이 먹고나니 재취업도 안되더군요
그러다 친구 소개로 만난 전남편과 결혼했어요
제가 성실하고 외모가 나쁘지 않아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좀 있었지만 집안도 학벌도 좋은 그런 사람들과 사귀고 결혼하면 주정뱅이 아버지가 너무 부끄러울것 같아서 다 마다했죠
그래서 비슷한 수준의 부모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결혼했어요 똑같이 주정뱅이에 무능한 시부였죠. 이게 제 인생일대 가장 큰 오판이었어요
내 아버지가 부끄럽다고 좋은사람 마다할게 아니라 부모와 인연끊고 살았어야 했는데...
전남편의 아버지는 주정에 폭력까지 하던 사람이었고 전남편도 그걸 그대로 보고 배워서 결혼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렸어요
애낳으면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로 맞으며 몇년을 버텼으나 점점 더했고 애데리고 도망나와 소송하고 이혼했어요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이 15년이 넘었네요
애하나 혼자 키우는거 열심히 벌면 그닥 못할일도 아니었는데 얼마나 삶이 기구한지 부모는 돌아가며 병이나고 사업실패로 살던 집까지 날려먹고 거지가되었죠. 그 치료비며 간병이며 오로지 제 몫이었고 십년 넘게 투병하는 부모 죽게 내버려둘수 없어 세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삶을 살아왔어요
참 고단하고 힘들었네요
이혼녀라는걸 알고는 집적대는 별 거지같은 인간들도 많았죠 남자라면 아버지부터 전남편까지 지긋지긋해서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자기 남편을 뺏기라도 할거라 생각하고 지레 경계하는 여자들도 많더군요 이혼녀에다 남자들이 호감가질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요.
저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나서는것도 싫어하고 사람들과 북적대며 어울리는것도 싫어하는데
어쩔수 없이 만나야하는 사이의 사람들에게서 조차 저런 취급을 당했어요
그래서 어느순간부터는 아무도 만나지않고 살았어요. 그게 속 편하더군요.
다행히 아이는 똑똑하고 바르게 잘 커주어서 공부도 잘하고 자기 몫은 할것 같아요
지금 제 소망은 내부모처럼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것 그리고 너무 오래살지 않는 것이에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물려주고 가려고 애쓰고 있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는건 쉽지 않네요
누구나 한번은 인생에 볕들날이 있다는 말이 저는 참 슬퍼요
새벽에 자다깨서 횡설수설 끄적여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