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9살입니다.
저희 아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순수하다 해맑다 개성이 강하다 재미있다. 등의 피드백을 받는 아이였어요. 아이니까 순수한건 당연하고 해맑은거지.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것이 평균 수준이 넘으니까 선생님들께서 이런 표현을 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아이가 좀 더 크고 초등학생이 되니 이제 슬슬 독특하다. 특이하다. 신기하다 등의 피드백으로 바뀝니다. 이말인즉슨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엄마인 저는 이런 주변의 이야기가 너무 스트레스입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독특하다는 걸 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제 영어 문제집을 풀고있는데 문제가 ' 존슨은 평소처럼 학교에 등교했다. 그러나 그녀가 교실에 도착했을 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이 때 존슨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였어요.
1.화가났다
2.혼란스러웠다
3.행복감을 느꼈다
4.자신감이 넘쳤다
이 중에 아이가 3번이라고 답을 합니다.
저는 이 답을 보자마자 얘 또 이러네. 하고 불 같이 화가 났어요. 이제는 불안을 넘어 화가 나더라구요. 2번이 아니면 1번이라도 해야 하는데. 얘가 진짜 지능이 이상한가 아니면 사회성이 박살이 나있는건가. 혹시 자폐인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거예요. 제가 아이를 불러다 왜 답이 3번 이냐고 물어보니까.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 이건 친구들이 서프라시즈를 해 주려고 숨어있는거랍니다. 이 날이 존슨의 생일이어서. 그래서 답은 행복하다 라는 겁니다.
솔직히 아이의 동심이라고 생각하고 웃고 넘기기엔 애가 매번 이런 식이고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고 본인 위주의 해석이 과해서 진절머리가 납니다. 이건 상상력 발휘 문제가 아니고 그냥 인물의 감정 추론하기 문제잖아요. 이건 그냥 문제집 풀이지만 중요한 시험에서 조차 이러니 점수로 직결됩니다. 그래서 매번 왜 니 생각이 틀린 것인지 설명하게 되고 반복될수록 아이가 스스로를 잘 못 된 아이로 인식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논리와 근거로 푸는 수학 조차도 본인의 주관적 상상력으로 아무렇게나 풀다 보니(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렇게나 는 아니고 자신만의 이유가 있긴 있음..)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이걸 어디서 어떻게 바꿔줘야 하는지. 제가 부모로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저희 아이가 참 반짝반짝하고 똘똘한 아이라고 좋게 말해주시는데 제 기준에 똘똘함은 사회적 지능을 갖춘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나 수학이나 말하는 이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출제자의 의도대로 문제를 푸는 능력이 높은 아이가 똑똑하다고 봅니다.
대안학교(?) 이런곳을 보내야 하는건지. 괴로운 마음도 듭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지능에 문제가 있다거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대형 학원 보내는데 성적은 좋아요) .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규칙을 잘 지키고 잘 어우러집니다. 다만 친구들도 쟤는 좀 말하는게 특이하네 재밌네 이런 반응인거 같습니다.
어떤 성격적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이걸 딱히 어떤 기질이다 말하기가 힘들고. 이걸 가지고 병원을 가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오늘도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저한테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상상인지 실제인지도 모르겠고 늘 말이 안 되는 소리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