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ㅡ늑구입장에서 쓴 기사 입니다.
늑구 "제발 저를 찾아주세요"
[늑구의 탈출 일기] 생애 첫 자유로운 외출... 이젠 오월드로 돌아가고파.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44403
철조망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근처 땅을 좀 팠더니 늑대치곤 작은 나의 몸집이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어 오월드 경계 울타리를 뛰어 넘었다. 세상에나...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오다니. 이를두고 사람들은 ‘늑대의 쇼생크 탈출’이라 얘기했다.
처음엔 동물원 안의 봄 구경만 하려했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관람객들은 대피했고 오월드가 발칵 뒤집혔다. 10시34분 오월드에서는 내가 탈출했다는 신고를 했다. 대전 시민들에게는 늑대가 탈출했으니 조심하라고 재난안전 문자를 보냈다. 출동한 경찰은 코드제로(CODE 0)를 발령하고 수색 작업에 나섰다. 동원된 사람은 점차 늘면서 소방, 경찰, 오월드 관계자, 공무원, 군인, 엽사 등 400여 명이 나를 쫓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렵고 무서워졌다. 그렇게 나는 ‘도망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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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대전오월드에 전해 내려오던 8년 전 사건이 떠올랐다. 2018년 9월 퓨마 뽀롱이의 탈출 얘기다. 당시 뽀롱이는 사육사의 실수로 열어놓은 방사장 문을 통해 탈출했다가 4시간 30여 분 만에 사살됐다. 인간의 실수로 단 몇시 간의 세상 밖 자유를 누리고 하늘로 간 뽀롱이. 그럼 나도 제2의 뽀롱이가 되는 것일까? 태어난 지 이제 2년 갓 넘었는데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건 너무 억울하다. 생각하면 할 수록 무섭고 또 무서워져 뛰고 또 뛰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보문산의 밤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나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보문산 수풀 사이에 지친 몸을 누였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우리가 너무나 그리운 밤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피곤함 속에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이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몸이 젖고 또 젖었다.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 맹수였던 나는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다. 제발 누가 날 찾아주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나는 오늘도 발견되지 못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님도 X에 나를 언급했다. “부디 어떠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늑구 역시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대통령님~ 저도 안전하게 돌아가고 싶어요. 생애 처음이었던 잠깐의 자유. 그리고 첫 봄나들이. 세상 사람들을 헤치러 나온 게 아니었는데. 그저 헐거워진 울타리 땅을 파고 잠깐 나왔을 뿐인데. 이렇게 헤매이다 영원히 동물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설마 ‘제2의 뽀롱이’처럼 나도 사살되는 건 아닌지….
하늘도 슬픈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멈추지 않는 빗속에 두려움과 슬픔속에 나는 울고 또 울었다. 다시 보문산 숲자락에 지친 몸을 누였다. 우리밖 이틀째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또다시 깜깜해진 세상을 향해 난 간절히 외쳤다.
“제발 저를 찾아주세요.”, “이젠 오월드로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