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최근 남편은 오른쪽 발뒷꿈치에 엄청난 통증으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혼자서는 한국말도 잘 못하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내성적인 성격이라 수줍은지

아니면 지가 언제부터 나와 그리 같이 있고 싶어했는지

 

아무튼 매일 오전 10시에 나와 병원에서 만나

치료를 받았음

나는 매니저처럼 의사샘과 남편사이에서

설명도 같이 듣고 진료와 물리치료를 같이 다님

 

남편의 병명은 발뒷꿈치에 돌?stone이 생긴 것임

선생님의 설명은

스님들 사리 생기는 거 아시죠?

그게 발뒷꿈치에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심

 

말을 듣자마자 충격을 받은 듯한 남편은

내가 얼마나 참고 살았으면 몸에 돌이 다 생기나며

병원 대기실 복도 벽에 머리를 문대며

흐느낌

 

나는 덤덤하게 스님 사리라는 게 이런 거였단

말인가 사리가 이런거였다니 누구나 생기는게

사리였군

이라며 각자 사리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림

 

남편은 내가 사리가 생기다니

내가 사리가 생기다니 하며

자꾸 자신을 연민함

 

그래서 그 발뒷꿈치에 주사를 맞는데

바늘을 발뒷꿈치에 꽂고 돌을 부수는

시술을 하는 동안 남편은 소리 한번 안 냄

 

아프면 말하라고 해도 말 안함

의사선생님 등 뒤에서 내가 혼수상태

거의 정신을 잃음

 

의사선생님도 대단

20여분에 걸쳐서 돌을 다 부수었음

주사바늘을 뒷꿈치에 꽂고 초음파로

돌을 부수고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20여분간 하는 의사선생님도 대단

 

아무소리 안하고 그 시술을 받는 남편도 대단

시술이 끝나자 바로 통증이 다 사라지고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함

시술이 안 아팠냐니 아팠다고 함

왜 말 안했냐니 말하면 치료 안 할까봐 참았다 함

(독한거좀보소)

 

특수부대 나왔다고 그 동안 말했는데

대충 들어서 미안해

진짜 방위출신 우리 오빠랑 다르네

 

 

 

그런데 어제 아이가 선인장 화분을 만지다

가시 네개가 박혀 도무지 뺄 수가 없어서

하루 지나 응급실에 가서 가시를 뺌

바로 오면 쉬운데 우리가 집에서 만지다

가시가 살 속에서 부러져 있음

다음에는 바로 오라고 하심

 

손가락에 마취주사를 맞고 가시를 빼는데

아이 손가락에 주사바늘을 직각으로 꽂고 주사를 함

나는 그만

가슴이 찢어질 듯 하면서

차라리 저 주사를 내가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듬

 

 

응?

 

 

이럴 수가

 

 

부부는 진정 남이었구나

 

 

 

남편이 그 굵은 주사바늘이 달린 주사기로 발뒷꿈치를 찔린 채 20여분간 시술을 받는동안

1초도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음

시술을 받는 건 그의 일이고

지켜보는 건 나의 일이었음

 

그런데 아이의 일은 나의 일이었음

아이가 주사를 맞는건 보는게 고통스러웠음

당장 내가 누워 내가 맞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아이의 주사는 3번이었음

그 짧은 동안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음

 

 

그리고 남편에게 미안했음

우리가 이렇게 남이었던가 생각했음

 

남남끼리 살아가는 것이었던가 하고

나는 생각에 잠김

 

 

 

그리고 이 이야기를 어젯밤 남편에게 했더니

tv를 보던 남편이 심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지 않고 말함

 

 

 

여보

 

 

 

 

 

 

 

옥수수 남은 거 있나

 

 

 

 

 

 

(50대의 부부는)(무엇으로 사는가)(남편은 내 이야기에 상처조차 받지 않아)(옥수수 남아있는지가 관건)

(주환아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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