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히 담소를 나누며 공부를 하기에 좋은 북카페의 앞자리에는
애띤 얼굴의 남녀 커플이 과제? 시험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서로가 비슷한 표정을 한 차분한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
다정히 딱 붙어 앉아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간식을 한 번씩 입에 넣어주기고 하고,
전원 오프 직전의 휴대폰을 충전하듯 지친 어깨를 잠시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남자가 조금 추웠는지, 점퍼를 들자 여자는 한 쪽 팔을 넣어 입는 것을 도와준다.
젊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무조건 선남선녀 최고의 미남미녀다.
커플의 앞자리에는 중년의 남녀가 앉아 있다.
재택하는 날이나 집은 답답하니 각자 노트북과 자료를 싸들고 나와 업무 전화를 받다가
그러나 20대 커플의 물리적 밀착이 중년에겐 조금 어색한 일일까
그들 사이엔 의자가 하나 있고 그 위엔 너저분한 가방과 짐이 놓여 있다.
서로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일 따윈 없다.
여자가 먼저 산 빵을 먹을 테면 먹으라고 손을 뻗어 건네주는 정도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업무를 멈추고 수시로 바라보며 웃는 20대와는 달리
중년의 남녀는 승모근이 잔뜩 긴장한 태도로 타자를 두드리고
전화를 받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줌회의를 하며 수시로 오는 단톡방을 확인한다.
30년 전 이들 역시도 한뼘의 거리 정도로 딱 붙어앉았던 때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업을 같이 듣고, 도서관에서 함께 밤 늦게까지 과제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30대의 모든 역사를 공유했고,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그때도 남사스러운 걸 힘들어 하는 여자에게 누가 입에 넣어주는 것을 받아 먹는 일도
또 누구에게 넣어주는 일도 드물었다.
그때도 언제나 딱붙어다니지는 않았던 조금은 무덤덤한, 좋게 말하면 은근한 온돌같은 커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커플은 어쩌면 저녁과 밤늦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다 귀가를 할 것이다.
이 시간 중년의 남녀는 이제 곧 하교할 아이를 동시에 떠올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둘은 곧 같이 길을 나서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가성비 좋은 과일가게에서 끝물인 딸기,
제철이 온 짭짤이 도마도, 사과를 살 것이다.
물론 이건 여자의 계획이다. 힘 좋은 파트너가 있으니 이럴 때 잔뜩 사날라야 한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달콤한 과일을 아이의 입에 넣어줄 것이다.
남편은 이제 내가 건넨 빵 조각을 홀라당 다 먹어치웠다.
한두개 먹으라는 뜻이었는데 다 먹다니!!! (너나 나나) 뱃살을 돌아 보아라!!!
저녁은 또 뭘 해먹나.
의자 하나 건너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앞자리 커플을 보며 나와 같이 우리의 과거를 떠올려 보았을까?
비록 선남선녀는 아니었으나, 젊었던 그 때를 말이다.
20여년이 지난 노년에도 우리는 이 자리에 앉아 서로의 할 일을 하면서,
이제 지금의 우리 만큼 나이가 든 중년의 남녀의 모습을 추억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까.
현재가 나를 과거로 데려가고, 다시 그 현재가 미래를 상상하게 하니
오늘의 우리가 아직은 그래도 젊다고(?)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