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희 기자, 훌륭한 기사는 기자 이름 다시 찾아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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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확산 못지않은 ‘인포데믹’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의 ‘이물 백신 보도’는 한국 언론이 과거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략)
첫 번째 문단은 이를 보도한 국내 주요 언론사 기사의 제목이다. 어떤 인상을 받게 되는가? “곰팡이,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들어간 코로나 19 백신이, 일선 현장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중단 없이 “ 1420 만 회나 접종되었다”라고 이해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생략)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감사원 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2021 년 3월부터 2024 년 10 월까지 이물 신고가 들어온 코로나 19 백신은 총 1285 건이다. 대부분이 고무마개 파편 등 유리병에 주사기를 꽂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고 곰팡이, 머리카락은 각각 1건, 2건이었다. 이 백신들은 전량 따로 분류·보관되어 접종에 사용되지 않았다. 기사 제목에 등장한 “ 1420 만 회”는 이물 신고 백신과 ‘제조번호가 동일한’ 백신이 접종된 횟수를 뜻한다.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주관한 질병관리청은 감사원 발표 뒤 파장이 일자 보도·설명 자료를 내어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 만 회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 실태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자, 보건 당국, 언론학자들이 모여서 코로나 19 유행 시기를 반추하고 감염병, 백신 보도의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2026 년 2월 감사원 발표 후 이어진 ‘이물 백신 보도’는 한국 언론이 과거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당 기사들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려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정보는 취재→기사 작성→데스킹→기사 출고로 이어지는 뉴스 생산 과정의 관행을 거치며 ‘팩트’를 썼으나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낳고 만다. 전문적인 지식과 전후의 맥락을 충분하게 전해야 하는 ‘백신 안전성 보도’가 대표적이다. 언론이 ‘하던 대로 하는’ 사이에 드라이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사실상의 오보’로 탈바꿈되는 분절점들이 ‘코로나 19 이물질 백신 보도’에서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생략)
마지막에 각주로 이물 신고 가운데 대부분은 위해성이 낮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려 이물 127 건에 대해 접종 보류를 하지 않았고, 중단 없이 접종된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 만 회분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서술이다. 동일 제조번호의 개념 등 백신 생산과 제조 공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없이 툭 던져진 정보는 대량의 부정확한 보도로 이어졌다. 감사원 출입기자들은 이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사로 옮겼고, 이 기사들은 앞서 살펴본 ‘곰팡이 등 이물질 백신 1420 만 회 접종’ 같은 자극적이고 사실도 아닌 제목을 달고 보도되며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생략)
유명순 교수는 한국 사회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보통은 사전 감지, 의사 결정, 대응까지를 생각하지만 그 이후에도 두 단계가 남아 있다. 당장 코로나19를 막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던 일들에 대해 사후적으로 리뷰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 평가를 받는 ‘책무성의 단계’이다. 이 시간을 잘 거쳐야 교훈과 학습, 회복이라는 마지막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