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 80대 중반이세요.
다행히 건강하신 편이고 혼자 다니시는데 문제는 없지만
어머님은 다리가 자주 부어서 잘 못 걸으실 때도 많고
아버님도 요즘 지팡이에 의지하시기 시작하셨어요.
두 분 모두 성품이 좋으시고 반려동물도 자식처럼
돌보고 좋아하시는 분 들인데
한 달전 10년 넘게 기르시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상심이 너무 크셔서 화장장에 못 가시겠다고 해서
남편과 제가 장례 치르고 화장해서
유골함도 제 집에 가져와서 보관 중이예요.
아버님이 너무 우울해하셔서 곁에 두는게 안 좋을것
같다고 해서요.
조의금 낸다 생각하고 장례비용은 모두 저희가 냈어요.
그런데 남편과 시누가 강아지를 새로 데려오는게
어떻겠냐고 저에게 의견을 묻더군요.
그간 키우던 강아지는 산책 나가면 얼어붙은 듯
땅에서 발을 떼지 않으려는 특이한 강아지였기에
10년 간 산책 한번 안 시키고 키울 수 있었지만
세상에 그런 강아지가 또 있을리 없으니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산책시키고 병원이나 미용하러
데리고 다니실 수 없어서 반대한다고 했어요.
적적한 부모님 위로한답시고 덜컥 데려오면
그 강아지는 산책도 못 하고 불행해질텐데
누가 책임지겠어요.
시누가 작고 꼬물꼬물한 새끼는 괜찮지 않겠냐길래
2살까지는 미친 에너지로 난리일텐데
차라리 기운 빠지고 잠 많이 자는 노견이면 몰라도
절대 부모님이 감당 못 하신다고 반대 했어요.
하지만 결국 지난 주말 어머님이 아는 분에게서
11개월 된 포메 받아서 데려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지난번 강아지 유품도 모두 남편과 제가 정리해드렸기에
당장 필요한 것들 사들고 남편이 다녀왔어요.
온 김에 산책 좀 시키고 가라고 하셔서
남편이 산책 데리고 나갔다가 무슨 썰매견인줄 알았다고..
어찌나 질주하는지 끌려가며 힘들어 죽을뻔 했다네요.
러닝 대회 자주 나가는 50대 아들도 힘든데
80대 노인분들은 아예 산책을 안 시키겠지요.
제가 반대하고 지금도 불편한 이유는
시부모님이 모두 케어하고 책임지시면 전혀 상관 없는데
무슨 사료와 간식이 좋은지도 모르셔서
지난번 강아지 사료, 간식은 물론 모든 용품 전부
저희가 보내드렸거든요.
돈으로 때울 수 있는 부분은 차라리 나아요.
7살 냥이 한마리 키우는 저는 늘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 건널 때 까지 제가 책임지고 거둬줄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반려동물이라는 생각 합니다.
끝까지 키울 수도 없는데 나 죽고 나면
남겨진 반려동물은 어떡하나요.
평생 산책 못 하고 집에 갇혀 살아야 하는
강아지 고통은 왜 생각 안 하고 당장 적막해진 집이 싫어서
책임도 못 지면서 덜컥 데려오나요.
남편더러 올 때마다 네가 산책 좀 시키라고 하셨다는데
키우다 죽으면 알아서 장례 치뤄주고 유골함까지
모셔가는 아들네 믿고 저러시는건가
그동안 좋은 마음으로 도와드렸던 것 까지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