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www.tokipul.net)’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충암고등학교 1학년 문성호라고 합니다.
주식부터 부동산 정책까지, 국민이 실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을 실행하고 계신 모습 감명깊게 봐 왔습니다. ‘뉴 이재명’이라고들 하죠. 심각한 극우화로 ‘윤어게인’을 외치는 제 주변 친구들마저도 ‘일 하나는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할 정도이니,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밤낮없이 SNS로 소통하시고 참모 분들과 정책을 개발하신다는 소식에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최교진 장관님 페이스북에서 ‘2025년 학생 자살자가 242명’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대통령께서는 학생 자살 문제에 어떤 해법을 가지고 계신지, 주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이자 언론인, 학생으로서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취임하신 이후로 청소년 자살에 관해서 나온 공개적인 말씀이 없더군요. 산업재해 사망자에 대한 보도가 쏟아진 것에 비하면 대책 마련도 미미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작년 8월,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최대한 빨리 직보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노동부 장관께는 직을 걸고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른바 ‘특단의 조치’입니다.
청소년 자살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는커녕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물론 다른 연령층의 자살률도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 중 1위이지만, 청소년 자살은 사회적 책임이 더욱 큽니다.
우리 사회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정말 각박합니다. 바로 옆에 앉은 짝꿍과 시험 성적으로 겨뤄 인생의 계급이 갈립니다. 은평구에 사는 제 친구들조차, 심지어는 저도,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대치동 학원에 다니며 수명을 갉아먹습니다.
대치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밤 10시에 미취학아동이나 기껏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수학 공식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부모님은 뼈빠지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똑같이 뼈빠지게 일합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경쟁과 성적 부담은 심각합니다. 실제 저희 반 친구들도 ‘이번 시험 못 보면 자살한다’는 말을 농담을 섞어 매일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자살은 사실상의 사회적 타살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고교학점제 5등급제 퇴행으로 교육 현장의 불평등이 심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고교학점제는 ‘필수 과목은 9등급제 유지, 진로·교과 선택과목은 절대평가’ 기조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모든 과목 5등급제’로 정책이 급선회했습니다. 학생 수가 변동할 수 있는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를 적용하면서, 무작정 인원 많은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진로 탐색이라는 고교학점제의 본 목적은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필수과목을 5등급제로 바꾸면서 고교 내신의 변별력도 사라졌습니다. 결국 대학에서는 수능 성적이나 생활기록부를 볼 수밖에 없는데, 수능 성적은 소위 ‘강남 3구’가 월등히 높고, 생활기록부는 특목·자사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교학점제는 있는 집 아이들만 대학 잘 보내는 정책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학교는 입시 경쟁의 리그로 기능하기보다는 민주주의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 다닐 때 민주주의를 배우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그것조차 잘 하지 못해서 사법고시 9수를 한) 사람이 종신 집권을 꿈꾸며 일으킨 내란을 우리 모두가 두 눈으로 봤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법 제도 개선도 좋지만, 학교에서부터 민주주의를 배우고 토론하는 문화가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용기 있게 말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입을 막고, 친구들끼리 만든 신문을 압수·폐기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것을 요구하는데도 듣는 척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균실에서 자란 아이들은 극우가 됩니다. 내란을 옹호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며 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부정합니다. 학교에서 혐오 발언과 고인 모독을 이어가는데도 선생님들은 정치 중립을 이유로 학생들의 말을 바로잡지 못합니다. 이대로라면 제 2·3의 윤석열이 나오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유가나 사법개혁, 부동산과 같이 신경 쓰셔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미래와 민주주의가 죽고 있습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소중한 목숨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학생들은 표가 안 된다’며 청소년을 무시하고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을 대통령께서 답습하고 계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청소년 자살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경쟁 해소와 교육 정책 정상화입니다. 적어도 산업재해와 동등한 수준의 대책 마련을 요청드려도 될까요. 내란 청산과 법 제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란범을 키워낸 교육 제도 개선입니다. 사법 개혁과 동등한 수준의 관심을 요청합니다.
‘타운홀 미팅’ 또한 인상적인 국민 소통 방식인 것 같습니다. 실제 학교 현장을 찾아 학생들과 소통하시는 것도 제안해 봅니다. 대통령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