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상생의주권으로 호르무즈 파병 거부를 촉구한다

전쟁 비즈니스를 넘어 ‘상생의 주권’으로
호르무즈 파병 거부를 촉구한다
.
미국이 독립 이후 약 250년의 역사 동안 전쟁을 멈춘 기간이 20여 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 국가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독립전쟁으로 출발한 미국은 먼로 독트린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중심 권력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의 실전 사용이라는 전례 없는 결정도 이루어졌다.
.
2026년 현재 미국은 연간 약 1조 달러(1500조)에 이르는 군비를 지출하고,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800개의 군사기지를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방어 체계를 넘어 특정한 세계 질서를 유지·재생산하는 구조다. 군사력은 목적이 아니라 체계이며, 정치·경제적 이해와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
이 지점에서 동맹의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오랜 동맹이지만 항상 대칭적이지는 않았다. 한국은 이 구조 속에서 전진기지이자 완충지대로 기능해 왔고, 그에 따른 비용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감내해 온 측면이 있다.
.
“전쟁의 비즈니스화”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이어진 군사 개입은 민주주의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원과 영향력, 지정학적 우위를 둘러싼 경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러한 개입은 최근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
이 구조가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과 결합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캠프 험프리스와 같은 군사 시설은 방어를 넘어 더 큰 전략의 일부로 작동하며, 사드 배치 사례에서 보듯 안보 선택은 곧 경제·외교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이는 개별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치에서 비롯된 제약이다.
.
호르무즈 해협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지역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이지만 동시에 강대국 갈등이 집중된 공간이다. 군사적 개입은 단순한 항행 보호를 넘어 특정 분쟁의 당사자로 편입될 위험을 수반한다.
.
따라서 이 사안은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철학적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어떤 질서에 참여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원칙 위에 서 있는가?
.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특정 국가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전쟁과 개입이 반복되어 온 국제 질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오늘날 정책의 정당성은 선언이 아니라 설득과 합의를 통해서만 확보된다.
.
분명한 사실은 한국이 더 이상 주변부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력, 기술력,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한국은 동북아 질서의 핵심 행위자이며, 이는 곧 선택의 여지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
동맹은 중요하지만 자동적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동맹은 상호 이익과 존중 위에서만 유지된다.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 즉 대중국 견제, 북한 관리, 러시아 대응을 고려할 때 협상의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
.
이러한 조건 속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하나의 시험대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기준을 설정하는 행위다. 이는 군사적 개입보다 평화적 해결을 우선하고, 민주적 합의를 중시한다는 원칙의 선언이다.
.
물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이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이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높은 정보 접근성과 민주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의 정당성을 요구하는 주체로 성장했다. 이 시민적 역량은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다.
.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은 기존 질서의 일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질서를 재구성하는 데 참여할 것인가? 호르무즈 파병 거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고립이 아니라 재정립이며, 대립이 아니라 원칙의 선언이다.
.
동맹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주권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완성된다.

 

 

[ Edward Lee  페북에서 펌 ]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