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우리나라 방문 후 룰라대통령이 올린 감동적인 글

사랑하는 브라질 국민 여러분,

나는 지금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 대국'이나 '기술 강국' 너머에 있는, 한 나라의 진짜 품격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번 한국 방문은 우리 가족에게 더욱 특별했습니다. 나의 아내 호젤라는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공식 일정보다 하루 먼저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북촌의 한옥마을을 걷고, 한국의 거리를 직접 체험하며 이 나라가 가진 따뜻한 정서를 몸소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김혜경 여사가 나의 아내를 직접 전통 한복집으로 안내한 일이었습니다. 두 분은 함께 옷감을 고르고 몸의 치수를 재며 국경을 넘은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정성껏 만들어진 한복은 브라질 국기의 색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만찬장에서 그 한복을 입고 나타난 아내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고,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한국 측은 아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브라질 출신의 K-팝 가수 '가비'와의 만남을 미리 준비해 주었습니다. 특히 가비가 속한 '블랙스완'은 멤버 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국경 없는 음악'을 실천하는 팀이기에, 머나먼 타국에서 꿈을 이룬 우리 소녀의 모습은 더욱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 땅의 향기가 담긴 커피 한 잔까지 내어주는 그들의 세심함에 우리는 이미 마음을 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의 왼손 새끼손가락은 19살 그 시절 상파울루의 차가운 금속 공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난한 소년공에게 세상은 냉혹했고, 잘려 나간 손가락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가난의 낙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 수많은 정상과 악수했지만, 장갑을 낄 때마다 헐렁하게 남는 빈자리는 나만이 감내해야 할 익숙한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현충원에서 나는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의전팀이 내게 건넨 하얀 장갑 한 쌍 중, 왼쪽 장갑에는 다섯 번째 손가락 자리가 없었습니다. 오직 나의 네 손가락만을 위해 세심하게 제작된 장갑이었습니다. 장갑을 끼는 순간, 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빈틈없이 감싸는 그 천의 감촉은 단순한 배려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온 고단한 삶의 궤적을 우리가 알고 있으며, 그 상처까지도 존중한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내게 건넨 무언의 위로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소년공 출신으로,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신체적 장애를 얻은 공통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출신의 두 정상이 만나 양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서 기술이나 자본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브라질 국민 여러분, 한국은 단지 반도체를 잘 만들고 노래를 잘 불러서 위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이 차마 말하지 못한 아픔과 결핍을 먼저 찾아내고, 그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줄 줄 아는 '공감의 힘'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나의 잃어버린 손가락이 60년 만에 처음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던 서울의 그 아침을 나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브라질 역시 타인의 삶을 이토록 깊이 존중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우리는 분명 더 위대한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받은 이 따뜻한 기운을 가슴에 품고 여러분 곁으로 돌아갑니다.

2026년 2월 25일,

여러분의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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