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혼자 지방 여행 다녀왔어요.
버스 타고 명소도 가보고
마지막 날에는 비가 내리는데 짐 들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다녀보니 좋더라고요.
더군다나 요즘은 길 안내나 교통 정보가 실시간이니까 어려움도 없고요.
그 지방만의 특색이랄까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 사투리 듣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남편은 택시 타고 다니라고 돈도 주었지만 전 버스 타면서 그 노선의 정류장 이름들 듣는 게 재밌어서 계속 버스만 타고 다녔어요.
올라 오는 기차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통제형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래서 시야가 좁고 고지식해요.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하지 마라 가지 마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넌 왜 그러니
그런 델 왜 가니, 그런 걸 왜 입니, 이런 걸 왜 사니, 그런 사람 만나지 마라...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랑 애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는데 준비물 다 맡아놓고 저만 못 갔어요.
엄마가 못 가게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런 델 가냐고.
그렇다고 집에만 모셔두고 공주처럼 귀하게 대접하고 키웠나..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공주처럼 자랐으면 자기가 귀하고 대접받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은 하잖아요.
엄마는 그냥 집에 있어... 하는 거였죠. 그래야 엄마가 신경 안 쓰고 편하니까. 엄마는 자기 불안을 그런 식으로 달랬던 것 같아요.
머리도 엄마가 청소하기 귀찮으니까 전 대학 갈 때까지 바가지 머리였어요. 땋고도 싶고 기르고도 싶었는데 단발로도 못 자르고..미장원 가는 날이면 늘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 짧게 잘라달라고 그래 짧게!!
제가 50대인데 엄마는 아직도 저에게 싸돌아 다니지 말라고 하고,
어쩌다 만나면 머리 왜 이렇게 기니 짤라라! 이럽니다.
정말 엄마한테 분노가 났던 건,
윤 내란 때 저더러 정치같은 거 신경쓰지 말라고..하...
오랜 시간 저를 보아온 남편이
가둬놓은 무수리였다고 ㅎㅎㅎ
지가 이쁜 줄도 귀한 줄도 모른다고 ㅠㅠ
좀더 어렸을 때, 여기 저기 혼자 뭘 가게, 하게 냅두고
실수하고 돌아가더라도 좀 자유를 주었다면
지금보다는 답답하게 살지 않았을 건데 그런 생각 들면서.
아이들에게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고 뭐든 다 해주고 갖다바치고
정해진 코스로만 가게 하는 게 정말 육체적 폭력보다 더한 학대, 가려진 학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