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김원장 “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격차가 벌어지는 것”

김원장 기자 페이스북펌

 

경기가 어려운 게 아니고 격차가 벌어진다(2026) 

 

당근앱을 이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사회가 숨겨온 격차가 덜컥 드러난다. 누군가는 아이가 쓰던 예쁜 운동화를 3천 원에 내놓고, 누군가는 파텍 필립을 '4억 500만원'에 내놨다. 

 

시중 백화점의 vip등급 기준은 해마다 3천만 원 정도 올라간다. 현대백화점은 VIP고객 최상위 등급인 '쟈스민 블랙'보다 높은 '쟈스민 시그니처'를 새로 만들었다. 한해 1억 5천만원 이상을 현대백화점에서 써야 ‘자스민 블랙’ 회원이 된다. ‘시그니처’ 회원이 되면 발레파킹을 한 차량이 블랙 회원보다 먼저 출차가 된다. 가까운 지인은 자신이 신세계 블랙이고 아내가 블랙다이아 등급인데 ‘트리니티’ 등급에 떨어졌다고 했다. 이들 부부가 1년간 신세계에서 쓴 돈은 대략 2억원 정도다. 

 

경기가 어려운 것인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인가.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해마다 경제는 성장하고 시중 유동성(M2)은 7~8%씩 늘어난다. 부의 보따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10여년 전 연봉 1억 원을 받으면 제법 잘나가는 친구였다. 근로소득 상위 1%안에 들었다. 지금은 근로소득 1%안에 들려면 연봉이 3억 4630만 원을 넘어야한다. 국내 급여생활자 중에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사람이 140만 명을 넘었다. 그렇게 다같이 소득이 올라 대한민국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봉은 4500만 원이 됐다. 

 

진짜일까? 소수의 고소득자들이 평균을 끌어올린다. 예컨데 대한민국 월급쟁이 상위 2만 명의 평균 연봉은 9억 9937만 원이다. 그래서 평균 소득을 중위 소득으로 바꾸면 3417만원으로 쪼그라든다. 12개월로 나누면 ‘284만원’. 한국의 급여생활자들은 사실은 한달에 '284'만 원을 번다 (2024년 귀속 근로소득 신고 자료/국세청). 

 

소득 격차는 자산 격차에 비교하면 별 것도 아니다. 2024년 대한민국 국민은 주식을 팔아서 24조 4천억원을 벌었다. 그중 0.1%인 210명이 13조 4천억 원을 가져갔다. 상위 1%는 19조 2천억 원을 가져갔다. 그러니 주식으로 돈을 번 99%의 국민은 5조 원 정도를 나눠 가진 셈이다. 

 

물가가 너무 오른다. 대형마트에 가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런데 대전 어머니가 사시는 동네의 남성 커트 비용은 여전히 9천 원이다. 잘 깎는다. 엑스포코아 쇼핑몰에서 어머니가 입을 실내복을 샀는데 3벌에 4만 원이였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냉면집이나 순대국집에 들어가서 왜 가격을 1만 2천 원만 받느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의 구매력이 잘 오르지 않으니 반포 한복판에서조차 순대국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바로옆 반포 메리어트의 일식당 타마유라 점심은 1인 18만 원이다). 서울 외곽의 찜질방은 가격을 3천 원만 올려도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이웃들의 구매력은 생각만큼 잘 오르지 않는다. 보통 한달에 ‘284‘만원을 벌기 때문이다. 그 이웃들이 대형마트에 가면 어떤 경제 현상이 발생할까. 조그마한 명절 딸기 바구니를 사면서 자꾸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잠시후 조용히 내려놓는다. 

 

지난해 우리 성장률은 겨우 1%를 넘겼다. 지난 4분기는 -0.3% 역성장했다. 골목상권은 경기가 바닥을 넘어 지하로 내려간다. 경기가 너무 안좋다. 그런데 경기가 진짜 나쁜가?

기술의 진보가 지대(Rent)의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해 노동의 대가가 지대 내다가 끝나버린다는 헨리 조지의 설명이나,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을 뛰어넘으면 노동 소득의 비중이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는 토마스 피케티의 설명, 이런 거 들쳐 볼 필요도 없다. 부의 격차가 커진다는 ‘정황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나는 이글을 7년 만에 다시 쓰고 있다.

 

격차가 너무 커진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우리 사회도 여느 선진국처럼 자본이득이 쉽다. 이걸 알아차리고 다들 ‘건물주님’이 되려고 한다. 축구선수도 의사도 가수도 정치인도, 꿈의 종착점은 ‘건물주님’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내는 이자의 종착점도 여기다.

 

그래서 이걸 좀 고쳐보자고 하면 자꾸 이념문제로 희석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183㎡(55평형)는 10년전 25억 원에서 지금 105억 원이 됐다. 지금 팔면 양도 차익이 80억 원쯤 되는데, 1주택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고령자공제까지 받으면 양도세가 7억 원으로 떨어진다. 73억 원이 남는다. 

 

그래서 이런 제도를 좀 고쳐보자 그러면 ‘베네수엘라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10여년전에 임대소득세를 현실화할 때도 ‘오피스텔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월 80만원 겨우 받는데 거기에 세금을 뗀다’고 반대했다. 월 80만원 내는 청년들의 월세는 아깝지 않고 거기서 나오는 지대에 과세하겠다고 하니 반대가 거셌다. 지금은 당연한 제도가 됐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다. 경기가 어려운가 격차가 벌어지는가. 

 

끝으로 하나만 더. 15년전 국내에서 예금과 주식등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13만 명이였다. 지난해에는 47만6천 명으로 늘었다. 우리 인구의 0.92%인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도 같은 기간 1158조원에서 3066조 원으로 늘었다(KB금융지주/한국부자보고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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