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건강염려증에
서울 큰병원만 선호하세요. 이렇게 된데는 사연이 있으시고, 그 사연을 어느정도는 이해하기에 맞춰드리는 편인데
연세가 높아지니 사람몸이 자잘하게 고장이 나잖아요.
위가 불편해서 위 내시경을 해야겠다고 서울에 올라오겠다는 분이시죠. 아산이나 서울대, 못해도 세브란스 정도엔 예약을 해 달라고, 근데 그런 병원들이 예약이 바로바로 안잡히니 위 불편한 걸 꾹 참고 그냥 버티세요. 진료를 제대로 봐야하기 때문에 미리 약을 먹어 치료할 순 없다고 그냥 쌩으로. 그 이후는 짐작하시겠죠. 단순 위염이 점점 심해지는.
이 문제는 다른 진료보러 서울대 병원 가셨다가
서울대 병원은 위내시경이나 고혈압같은 일반 장기 진료는 보지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포기하셨지만
여전히 온갖 병에 다 서울로 와야겠다 병을 키우는 일이 다반사.
위에 말했다시피 서울 대형병원 의존도가 높을만한 사연이 있었고 제가 그걸 이해하는데다
무엇보다 전업이었기에 어지간하면 맞춰드린셈이에요.
수시로 병원 예약변경하고(본인 컨디션에 따라 4시간 반 거리 버스타고 이동 힘드시죠) 이병원 저병원 알아보고 하는거... 네, 저 다 해드렸거든요.
남편도 한편으론 제 눈치를 좀 보지만 한편으론 뭐.
그냥 그런 맘이었어요. 내가 할만하니 해 주는 거고 울 엄마 였으면 이보다 더한것도 하지 않았겠나... 시어머님을 엄마처럼 생각할 순 없지만 내 속 짚어 남의 속이라고 남편도 지 엄만데 내가 울엄마 생각하듯 하겠지, 남편봐서 그냥 했어요. 이거 저거 안따지고 그냥 맘 편히.
그러다 제가 일을 하게 되고, 일이 아니어도 자식문제때문에 너무나 속시끄러운 상황이 된지라
남편이 시어머니 병원 수발을 맡게 된 겁니다.
병원 예약부터 시어머니 타고 오실 버스티켓 구매, 터미널 픽업 병원 라이딩 대학병원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진료 치닥거리 등등등등......
시어머니에게 붙었던 서울 큰병원 귀신이 순식간에 퇴마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친정아버지도 지병이 있고 엄마도 관절수술을 하고 했는데 그때마다 제가 서울 오시라고, 한번 가 보기나 하자고 해도 엄만 귀찮다!!! 라는 말로 딱 자르셨어요.
그리곤 언젠가 그러시더군요. 너희 귀찮고 힘드는데 뭐 얼마나 오래살겠다고 서울까지 가냐고.
네... 울 엄만 제가 아까우셨던 거예요. 서울까지 가서 딸 부려먹기가 아까워서. 서울가면 전업인 딸이 다 할 거라는 걸 아니까요.
제가 우리 시어머니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그냥 인지상정인 거예요. 그간 우리 시어머니는 저를 부려먹으면서 별 생각이 없었던 거죠. 남의 딸이니까요. 그러다 그 모든 과정을 본인의 아들이 하는 걸 보자 그제야 아이고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아신거고 큰병원 귀신이 떨어져 나간거죠. 사람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내 일이 되어야 힘든 걸 알아요. 남의 일은 몰라요. 내 몸이 더 소중하니까요. 남편도 마찬가지. 병원에 관한 아가리 효자짓을 더는 안합니다. ㅎㅎㅎ
결혼 20년차에, 이제야 또 하나 배웁니다.
시가의 과도한 요구는 아들 본인이 귀찮아야 해결이 되더라고요.
인간의 인지상정이 그렇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