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일만의 1심판결...이 무슨?]
판결엔 선고하는 주문이 있고, 이유 설명이 있습니다. 지귀연 재판장의 이유설명은 억지로 끌고 가는 것 같고(그러다보니 계속 물을 마셔야 했고), 주문(양형)은 그럭저럭입니다. 국민들은 주문(양형)에 못지 않게,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 부분, 재판부의 노고가 들어가는 부분인데...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네요.
-사실관계? 대체로 생략해버렸습니다. 재판에서 수많은 증거, 증인이 현출되었고, 그 사실관계를 재판부는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국민의 알 권리가 지대합니다. 헌재 결정의 설명 생각해보면, 짧은(22분) 속에서 기본적 사실관계를 국민이 충분히 알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재판부는 엉뚱한 데 장광설을 쏟고는, 기본사실관계는 판결문 보면 안다고 미루어버렸습니다. 불친절하고, 일방적입니다.
-쓸데없는 말 잔치.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계엄의 폐해를 무수히 경험했고, 그를 극복하면서 법조문도 법논리도 축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담백하게 정리하면 됩니다. 로마, 찰스1세, 후진국, 선진국의 자기과시형 비껴가기일 뿐, 정곡을 찌르지 못했습니다. 대만, 일본의 수십년전 법리를 언급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진관 재판부에는 이런 비껴가기, 현학이 일체 없음과 대조됩니다.
-위험천만. 대통령의 계엄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계엄발동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은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의 계엄은, 군주의 통치행위가 아닙니다. 계엄은 엄격한 실체적(전시.사변 등), 절차적(국무회의심의, 국회통고, 국회의 해제요구권 따를 의무) 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헌법.법률적으로 정당화됩니다. 윤은 그 실체, 절차 모두 위반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아예 재판대상이 아니라고 하니...엄청나게 위험하고 반역사적 판단입니다. 지금 당장 이재명 대통령이 바로 계엄 선포하여 맘대로 하면 어떡할 건가요. 그때는 국회 다수석이어서 뭐 국회에 군대 안보내도 되고, 행정.사법 영역에서 어떤 짓도 해도 된다... 그러면 내란죄 의율을 걱정 않아도 된다는 궤변도 성립합니다. 재판부 자체가 군사독재시대의 어용법학자 두어명이 주장한 그 내용(지금은 완전히 극복해낸)을 답습하다니, 어처구니 없고, 반역사적입니다.
-군대를 국회로 진입시킨 것만 문제? 대통령은 실체, 절차 따질 게 없이 계엄을 할 수 있는데, 왜 헌법기관인 국회에 군대를 진입(침탈이라고 하지도 않더라고요)시켜 권능행사를 상당기간 불능케 했냐~~. 이 판결문 대로라면, 윤이 조금 신중히 했더라면(포고령에 "국회, 정당 활동 금지"명시, 국회 직접 진입이 아니라 우회적 방법으로(가령 여의도 통하는 모든 지하철, 다리 봉쇄) 했다면 내란죄가 안되는 셈이 됩니다.
-윤.김이 무력행사를 자제시켰다? 윤.김은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고, 시민들 해산시키려 했습니다. 군이 무력을 쓰지 않는 것은, 도대체 계엄이 왜 선포되었는지 자기확신을 누구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군.경의 소극적 대응"도 그래서이고요. 헌재와 다른 재판부에서 아주 잘 정리된 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재판부의 판단은 완전히 엉뚱하네요. 윤은 필요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계엄목적 관철하려 했는데, 시민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대응으로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윤.김의 덕분으로 엉뚱한 소리. 국민상식에도 전혀 반하고, 지금껏 진행된 다른 재판의 판단과도 전혀 맞지 않는 소리.
-안타까움 가득. 양형 판단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너가 계엄해서 국회 진입시키는 바람에, 많은 공직자. 군인.경찰이 수사.재판받고 고생하고, 그 가족에게도 고생시키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니 중형을 받아야 한다는 식입니다. 불법비상계엄이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고, 국격실추와 경제혼란 등은 한마디 언급한 다음, 다른 부하들에게 안겨준 피해는 실감있게 묘사합니다. 판사의 마음이, 국민 일반의 고통, 민주주의와 인권 침해가 아니라, 가까운 공직자들의 안타까움에 온통 쏠려 있네요. (아 그 안타까움이 지난번 윤석열 구속취소, 시분 기준 재판으로 한번 표출되었는데, 이번에 보니 윤석열과 피고인들에 대한 공감적 안타까움...조금만 잘하지 그랬어...의 산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비교적 고령? 65세를 갓 넘은 저로서도 이게 뭐지 하는 생각. 법정에 있는 그 모습, 장광설 주장 펼치기, 그것만으로도 고령 타령을 할 수 없습니다. 하도 한심하여, 65세 남성의 평균 기대여명을 찾아봤더니, 앞으로 20년 더 살 수 있다네요. 이런 곁가지도 기분 나쁘게 골고루 섞어놓음.
-양형. 윤/김/노/조.김...차등을 두다 보니, 무기형, 30년형 등이 차례로 된 것이고요. 이유 설명을 죽 듣다보면, 윤은 20-30년쯤 나오겠구나 했는데, 국민적 저항(보다는 사법개혁 불씨가 될까봐)이 두려워 무기징역(재판부 기준으로는 한단계 올려치기)으로 양보한 것 같네요.
-윤석열 내란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 아닙니다. 계엄의 실체요건이 없는데도 계엄을 선포한 것이 이미 내란이고, 정치갈등을 싹쓸이 군사수단을 동원한게 이미 내란입니다. 국회마비는 그 계엄의 실행방식 중의 하나였던 것이고요.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에 맞는 역사의식이 없고, 우리의 법학.법실무의 수준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항소심에서, 사실관계의 선후와 경중을 다시 판단하고, 법리 부분을 철저히 교정하어, 이번 판결문이 반면교사가 되도록, 잘 해내야 합니다. 1심판결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알게 되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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