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을 바라보는 나이, 엄마는 70대
엄마가 너무 싫었어요. 엄마와 제가 성격이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엄마의 사고방식이 싫었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그렇게 위하고 산 것도 아니면서 남존여비가 얼마나 심한지, 자라면서 아들과 딸 차별을 조용히 한 것도 아니고 대놓고 했어요.
치가 떨릴 정도로 아들 딸 차별하고 자랑인 듯 떠들며 살고 친착들 이야기를 하면서도 딸년들에게 재산 물려주면 안된다고 집에 발걸음도 못하게 하라고 했다는 둥 엄마에게 딸들은 벌어서 친정에 돈이나 갖다줘야 하고 부모 공양이나 해야하는 존재였어요. 결혼하고 오랜 기간동안 명절을 제외하곤 엄마와 왕래를 안하고 살았습니다.
엄마 얼글 마주보고 대화하면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어요. 언니도 같은 이유로 최소한으로만 엄마를 보고 살았어요. 그렇게 사랑하는 오빠와 엄마가 사이가 좋지도 않아요. 딸들에겐 그렇게 인삼을 잃고 그렇게 위한다는 아들에게도 잘한게 없어요.
그렇지만 이제 저도 50을 바라보고 자식들이 성인이 되고 엄마도 늙어서 조금은 우리의 눈치를 보며 말을 조심하기도 해서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엄마 살 날동안은 잘해드리자 마음 먹었고 최근에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만나고 내가 그동안 왜 엄마를 피해왔는지, 왜 엄마를 싫어했는지 다시한번 확인을 하게 되메요.
성인이 된 딸 아이가 어떤 사고를 쳐서 저와 남편이 요즘 너무 힘듭니다. 아이가 잘못했고 저희 부부는 아이에 대해 많이 실망했고 아이는 반성하고 저희에게 사과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힘든 상태예요.
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 울면서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속이라도 시원하게 xx를 죽을만큼 패주지 그랬냐고 하더군요.
하...... 네...... 잠시 잊고 있었어요 .
자랄 때 저희 삼남매 엄마에게 어지간하게도 두들겨 맞으면서 컸습니다. 엄마는 화가 나면 저희를 두들겨 팼어요. 저와 언니는 눈치가 빨라 덜 맞았지만 덤벙덤벙한 오빠는 무지막지하게 맞고 컸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엄마가 한 말이 '속이라도 시원하게 죽을만큼 패주지 그랬냐...' '속이라도 시원하게....'
자식을 속이 시원하려고 그렇게 팼나 봅니다.
그 뒤로 사위는 뭐라고 하더냐고 퇴근하고 들어오면서 xx 귀싸대기를 갈겨놓지 그랬냐고....
저희 부부도 속상하지만 성인이 된 자식 두들겨 패고 귀싸대기 갈겨서 속이 시원하지 않으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애와 저희 모두에게 상처만 될텐데 엄마에게 자식이란 70이 넘어서도 두들겨 패고 함부로 말해서 상처줘도 되는 존재라는 걸 내가 잠깐 잊고 있었어요.
내가 엄마를 싫어한건 내 잘못이 아니고, 내가 못된 자식이어서도 아니며, 불효자라서도 아니었다는걸 다시 확인합니다. 엄마도 속상해서 한 말이라 이해해도 엄마가 자식을 대하는방식, 엄마에게 자식이란 이런 존재였어요.
속이라도 시원하게 죽을만큼 두들겨 팰 수 있는, 부모가 하고 싶은대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존재.
실컷 두들겨패면 엄마 속이 시원한 존재. 자식을 두들겨 패면서 속이 시원했던 엄마.
엄마에게 자식 얘기 한 거 후회하고 저는 다시 엄마를 멀리하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셔도 죄책감 가지지 않으려구요. 내가 엄마를 싫어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