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뭔가를 올린다는 게 노비나 하녀들 말 같다는 글 쓰신 분.
양가에서 한 번도 안 들어봤다고 하셨죠.
제삿상에만 그 말을 사용했다구요.
그래서 그렇게 자기를 낮추는 말은 안 쓰는 게 좋지 않느냐는 글을 쓰셨는데....
정성들여 댓글 썼는데 등록 누르니 글이 사라지네요. 왜 지우셨을까.
잘못 생각하시는 건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댓글 쓴 거 남겨둡니다.
본인 생각에 동의하는 댓글은 아니지만 읽어봐 주세요.
---
저, 언어가 주는 미묘한 느낌에 민감한 국어 전공자인데
원글님이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원글님은 ‘밥상을 받는 사람’이 ‘올린다’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우리말에서 ‘반찬을 상에 올린다’는 건 밥상의 높이가 바닥보다 높기 때문에 쓰인다고 봅니다.
바닥보다 높고, 또한 우리 전통가옥의 구조상 부엌 바닥은 집안 전체에서 가장 낮았기 때문에
부엌에서 뭔가 조리해서 내놓을 때는, 밥상이라는 높은 곳에 항상 ‘올려놓는’ 행동을 하게 됐죠.
또한 부엌 바닥에 상을 놓고 차리기보다는 주로 부뚜막(높습니다)에 상을 놓고 차린 다음에 밥상을 들어 옮기는 방식이 보편적이었고요. 그러므로 상에 뭔가를 놓는 것은 언제나 ‘올려놓는’ 행동이었죠.
즉, ‘누구님의 상에 바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어떤 높은 곳에 둔다’는 느낌의 ‘올린다’입니다.
근거로 들 만한 다른 말도 있어요.
우리말에선 반찬이 주체가 되는 ‘오른다’도 자주 씁니다.
‘냉이는 봄철 밥상에 자주 오르는 제철 식재료다’
이렇게 쓸 수 있죠?
냉이가 직접 땅에서 나와 밥상으로 기어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씁니다.
이때 ‘오른다’는 말 앞뒤 어디에도 하녀처럼 왜 쓸데없이 상 차리는 사람을 낮추고(?) 상 받는 사람을 높이는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밥상이라는, 높이가 있는 장소에 냉이가 오르는구나 하는 느낌만 있어요.
즉, 반찬을 상에 올린다는 것은
자녀에게 엄마가
‘택배 온 거 책상에 올려놓을게!’
할 때와 같은 ‘올리다’입니다. 한국어 원어민인 우리는 그 ‘올리다’가 높이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양가에서 한 번도 못 들어보신 게 오히려 평범하진 않은 거라는 걸, 아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