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부르면 그제야 화장실에 가는 남편.
그러면 저는 식탁 앞에 앉아서 남편 일 보고 오기를 기다려야 하지요.
대개 상 다 차려지기까지 몇 분 기다려야 한다든가 미리 말해두는 편이라
그 사이에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는데도요.
오늘은 정말 답답해서 왜 좀 미리 다녀오지 그러느냐고 했더니
"중간에 안 가려고" 하는 거예요.
자기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과 밥상 다 차려지는 시간 사이의 그 잠깐
자기 방에 한 번 더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저는 다 차린 밥상 앞에서 기다리게 해도 된다는 거지요.
어이가 없었어요. 전 그 동안 내내 "어쩌다 보니 그러는 줄" 알았거든요.
그냥 참고 넘어가려다 나중에 또 언제 얘기하랴 싶어서
(나중에 얘기하면 대개 "내가 언제?"로 맞받아치거든요)
한 마디 했어요.
일부러 그러는 줄 난 이제껏 몰랐다. 그거 그러는 거 아니다 하고요.
그랬더니 단박에 삐져서 맨밥에 김치만 먹고 일어서네요.
"미안하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 사과 한 마디 하면 큰일 나나요.
밥상머리에서 어쩌고 하는 식으로 기분 상할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저로서는 그런 식으로 사람 무시하는 거에 대해 말하는 게 더 중요했어요.
잠자코 저는 차려놓은 거 제대로 다 먹고 일어났지요.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언젠가는 꽁꽁 얼게 추운 날 자기 직장 정문 앞으로 와라 차로 픽업하마 해놓고는
(그 사무실에서 정문까지 나오려면 -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꽤 오래 걸려요)
제가 도착했다고, 어디 있느냐고 전화하자 그제야 사무실에서 출발하더라고요.
자기가 먼저 나와 기다린다거나 하는 건 아예 개념이 없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가장 안 이기적이라고 여기면서
당연한 듯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어찌하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