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급지”, “하급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이 표현은 단순한 부동산 용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삶을 은근히 서열화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집값이나 입지 조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까지 암묵적으로 평가해버린다.
이 단어의 문제는 사고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데 있다. 동네는 가격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시간의 축적, 생활의 리듬, 관계의 밀도, 개인의 기억과 취향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다. 그런데 “급지”라는 말은 이 모든 층위를 삭제한 채, 오직 위와 아래라는 수직적 축 하나만 남긴다. 생각할 필요도, 설명할 필요도 없는 언어다.
또한 이 표현은 말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판단자의 위치에 올려놓는다. “상급지”를 말하는 순간, 화자는 이미 서열을 매길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이는 경제적 조건을 인간적 가치로 슬쩍 전이시키는 방식이며, 그 점에서 이 언어는 매우 폭력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가 널리 쓰이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주거, 계층,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공간의 서열로 정리하면 마음이 잠시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가 곧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가 될 때, 우리는 무감각해진다. 그 결과 “상급지”라는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반복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히 싫어한다는 것이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크게,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마치 모두가 이 언어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구체적인 말들이 낫지 않을까. 가격대가 높다거나, 교통이 좋다거나, 학군이나 생활 인프라가 다르다고 말하면 된다. 그것은 사실의 기술이지, 가치의 판정이 아니다.
“상급지 / 하급지”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을 삶의 장소로 보느냐, 점수판으로 보느냐의 차이이고, 사람을 숫자로 환원하느냐의 문제다. 내가 이 단어를 싫어하는 이유는, 언어가 사유를 멈추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