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하나 있어요.
작년에 취업해서 출퇴근이 힘들어 직장옆 원룸에서 살고있어요.
결혼생활 내내 남편에게 제대로된 월급 한번 못받아봤어요. 아니, 월급은 고사하고 빚만 없어도 살겠는데.. 결혼하자마자 몇억 빛이 제앞으로... 제가 안정된 직업이었다보니... 심지어 제 퇴직금 담보대출까지 받아서 인생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죠. 사업이 잘못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평범한 직장인인 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남편은 늘 자신이 넘쳤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고 자기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있지 않냐고... 네 맞아요. 남편은 늘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늘 망했어요.
개미처럼 모아서 빚을 조금 갚으려하면 또 터지고 또 터지고... 몇 천만원씩 늘어나는 빚에... 숨이막혀 죽을것만 같았어요.
직장생활도 너무너무 힘겨운데 나는 지금 빚의 원금은 커녕 이자 갚기도 힘들어 카드빚을 내서 갚고있고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느낌에 잠도 못잤어요. 최장 2주정도를 아예 한두시간밖에 못잔적도 있어요.
그 와중에 아들은 내가 살아가야할 유일한 이유였어요. 내나이 40에 석달간격으로 엄마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제일 힘들었던건 자괴감이었어요. 내 사는게 너무 힘들어 징징거리고 해드린것도 없고 매번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효도를 미뤘던것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웠죠.
그때마다 해맑은 남편이 얼마나 죽도록 밉던지...
저의 이런 힘듦을 가장 알아주는 사람은 아들이었고 그 아들을 위해서 저는 견뎌내야만 했어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늘 다가와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엄마가 내 엄마라 자랑스럽다고 하던 아들이었죠.
이혼 왜 안했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아들에게 상처주기 싫었어요.
내 이번생은 이렇게 끝나더라도 아들의 인생에는 흠집하나 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대학교 때 만나 3년정도 된것 같아요.
처음으로 사귀는 여친이라 엄마에게 많은 이야길 하고 저도 조언도 해주고 마치 제가 첫사랑을 다시 하는 느낌이었어요.
엄마가 어릴때 돌아가셨다는 이야길 듣고는 아들은 같이 울어줬다고 해요. 저는 그 슬픔을 알것 같아서 잘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었죠. 몸도 약한편이라 부정맥이있어서 병원을 다니고 있고 우울증도 있어서 병원 약을 먹는다고도 했어요. 거기까지도 저는 잘해주라고 했어요. 어린애가 너무 힘들었겠다고 네가 참고 잘해주라고 계속 이야기했었죠.
그냥 내 아들을 사랑해주는 그 아이가 전 고마웠어요.
그렇게 1년정도 사귄뒤에 갑자기 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왜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아들에게 실망했다며 미안하다고 하더니 헤어졌다는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환승했더라구요.
두달정도 아들이 너무 힘들어하는걸 봤는데 제가 위로도 많이 해줬습니다. 한가지 당부한것은 .. 연락이 분명히 올것이다. 하지만 절대 만나면 안된다 였어요. 하지만 준비없는 이별로 힘들어하던 아들은 두달만에 미안하다며 연락온 여친과 다시 만났어요. 저에겐 속이더라구요.
그 두달동안 그 아이는 새로 만난 남친과 헤어지고 술 담배 그리고 이름모를 약까지 먹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아들이 ai와 상담한 내역을 보고 알았어요.
심지어 자살시도 까지 하면서 그 병간호도 아들이 했더군요. 인스타에 자기 병원에 있다는 사진을 올리면서도 아들이 병간호 한 이야기는 쏙 빼서 섭섭했다는 내용의 상담글까지 제가 읽게 되었네요.
주말엔 집에도 안오더라구요. 나는 퇴직후 집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계속되는 변명과 거짓말에 지쳐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배신감 같은게 느껴지고...
아들의 배우자감으로 저는 아무 욕심 없었어요. 단하나 배려심 있는 사람 만나라. 성실하고 배려심만 있다면 돈 한푼 없어도 된다. 그렇게 가르쳤었는데.. 네가 늘 참아라 라고 가르쳤는데 그게 독이 된것 같기도 하고...
내 인생의 현재와 미래에도 늘 아들을 넣어두었는데.. 이젠 아니라는걸 느꼈어요.
그걸 인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그냥 이세상엔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더 힘쓰지말자 말자 말자... 되내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집에 오지말아달라고 했어요. 어차피 안오겠지만... 온다온다 하면서 약속을 어겨버리기 일쑤였고 그런 아들을 기다린다는것이 얼마나 힘든건지 .. 차라리 안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러면서도 한달넘게 전화한통 없는 아들에게 치밀어오르는 화와 배신감을 가라앉히느라 힘드네요.
그냥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웃긴장면 나오면 피식이 아니라 깔깔깔 웃고 억지로라도 기분전환하려 노력중입니다.
지금 아들과 저는 인생의 다른길을 가고 있습니다. 당연한건데 아프네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