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부모와 거리를 두고 살아도 괜찮을까요?

꿈에서 부모님이 언니만 데리고 어딘가로 가는 장면을 봤습니다.
아빠, 엄마, 언니 셋은 삐까번쩍하게 차려입고 있었고
저는 가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끝내 함께하지 못하는 꿈이었어요.
꿈이었는데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실제로 33살에 결혼했는데, 결혼 직전까지 부모님의 차별을 많이 느끼며 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은 늘 언니를 더 예뻐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언니네 가족과 함께였고,
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도 쉽지 않으셨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언니와 제가 사이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저를 데리고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겠죠.
부모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었을 거라고 스스로 이해하려고도 해봤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고등학생 시절 왕따를 당했을 때도
사실상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 시기에도 저는 혼자 버텨야 했다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는
언니가 이미 돈을 잘 벌고 있었고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그 시기에도 부모님은 언니네 가족과만 여행을 다니셨습니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역시 늘 언니네 가족 중심이었고,
저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연초 때 집에 혼자 있는 일이 잦았고 정말 외로웠습니다. 

 

한 번은 이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사한 집의 환경이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아
그날따라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친구와 통화하다가 결국 눈물이 났는데,
어머니가 그 모습을 눈치채셨는지
“넌 내가 제일 아픈 손가락이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참 복잡했습니다.
왜 제가 그렇게 ‘아픈 손가락’이라면,
언니와의 관계 속에서는 늘 저를 배제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가 어머니와 단둘이 밥을 먹고 있다가도
언니가 나타나면 저는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고,
그 순간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서럽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계십니다.
언니는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정말 살뜰히 챙겼지만,
요즘은 일이 바빠서인지 연락도 잦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남동생이 어머니를 챙기고 있더라고요.

 

한편, 언니는 결혼 후에는 저와의 관계를 많이 회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언니는 저를 미워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라고 느껴왔지만,
결혼을 하고 따로 가정을 꾸린 이후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관계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같은 집에서 부모와 얽혀 지낼 때보다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살게 되니
서로에게 쌓여 있던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처럼 극단적으로 불편한 사이는 아니고,
오히려 조심스럽게나마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느껴집니다.

 

 

저와 어머니는 성향이 정말 많이 다릅니다.

대화가 잘 맞지 않아 연락도 자주 하지 않게 되었고,
어머니는 가끔 저에게
“너희 형편에 비해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것 아니냐”,
“수준에 안 맞게 소비한다” 같은 말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 정도 벌어봐야 푼돈이지 않느냐”라는 말을 들을 때면
매달 드리는 용돈조차도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경제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그런 말들이 저를 작게 만드는 느낌이 들어 더 힘들었습니다.

 

최근 어머니 생신에도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바로 직전에 또 상처받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 일 이후로 지금까지 죄책감을 안고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도 저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제가 용돈을 보내드리면
어머니는 김치나 만두, 꿀 같은 것들을 택배로 꼭 보내주십니다.

 

그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그 이후에 연락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연락을 하면 또다시 상처받을 이야기가 오갈까 봐
자꾸만 망설이게 됩니다.

 

그래서 꿀을 받고도 결국 연락을 드리지 못했고,
그 점 역시 제 마음 한켠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20년 동안 정서적으로 너무 외로웠고,
늘 언니나 남동생에게서 밀려나 있다는 느낌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제가 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지금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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