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초보 식집사의 마당이고픈 베란다 이야기

겨울이 오니 아무래도 베란다에 나가 앉아 있는 건 안하게 됩니다.

열흘전 쯤 보스턴고사리 몇개 이파리가 검게 변한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실내창이 가깝고 해가 잘드는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변한 잎은 잘라주었어요

잘 버텨줄 것 같습니다. 얘들은 실내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꽃기린도 추워서 시퍼렇게 얼었습니다.

은박돗자리로 싸주고 실내창 쪽으로 자리를 바꿔줬는데

그다지 상태가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육이도 그 옆자리에서 새빨간 꽃을 피우며 잘 버텨주고 있으니

힘을 내주길 바랍니다.

 

 

앵두나무, 수국, 머루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서 앙상해졌는데

조팝나무는 마른 잎들이 계속 매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지나거나 화분을 건드리면 낙엽이 계속 떨어지네요.

성가스러워서 청소기로 싹 흡입할까 하다가 이또한 자기의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어서

그대로 둡니다.

 

 

어제는

근 한달간 방치해둔 베란다청소를 했습니다.

담주에 또 한파가 온다니 그전에 한 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춥고

낙엽이 떨어지고 

주인이 한 달간 모른척 외면한 베란다는 정말 꼬질꼬질합니다.

 

날이 춥지 않아 바짓단을 걷어붙이고 물청소를 했습니다.

저는 물청소가 참 좋습니다.

먼지와 부스러기들을 물줄기로 쓸어내는 과정이 개운하고 행복합니다.

 

물과 저의 손길을 받은 베란다는 다시 뽀얗게 예뻐졌습니다.

 

긴 겨울을 버티고 저의 나무들이

수줍거나 혹은 당당하게

새순을 내밀어줄 봄날을 기다립니다.

 

이 마당흉내를 낸 베란다에서 봄은 처음이거든요.

설레입니다. 빨리  따스한 햇살아래 앉아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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