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제명 결정문은 코미디 대본!
“한 정치인을 가리켜 ‘폭탄테러를 자행한 마피아와 같다’는 표현까지 등장”
이양승 군산대 교수
이쯤 되면 코미디다. 아니, 슬랩스틱 코미디다. 아니, 차라리 부조리극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면서 내놓은 ‘결정문’은 정당 정치의 역사에 남을 만한 코미디 대본이다. 웃지 않으면 울어야 할 수준이다. 8장짜리 결정문은 공개되자마자 두 차례나 정정됐다. 그나마 오타까지 포함된 미완성 문서였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한 정치인을 가리켜 “폭탄테러를 자행한 마피아와 같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쯤 되면 판결문이 아니라 정치 선동문이다. 법치의 언어가 아니라, 확성기 집회의 구호에 가깝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장동혁 대표는 뒤늦게 제명안 상정을 보류했다. 대신 한동훈이 윤리위에 직접 소명을 하라는 것이다. 꼼수다. 윤리위가 단죄를 위한 증거를 찾지 못하자 한동훈더러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고 하는 격이다. ‘보류’는 공개적으로 더 큰 망신을 주기위한 세팅일 가능성이 크다. ‘보류’가 아니라 당장 철회해야 한다.
애초에 윤리위 결정문을 읽고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병자다. 굳이 읽어볼 필요조차 없겠지만 내용은 황당함 그 자체다. 핵심을 간추리자면, “한동훈이 그 글들을 썼다는 증거는 없다”이다. 거두절미하고 윤리위는 그 증거를 내놓아보기 보란다.
처음엔 “썼다”는 식으로 단정했다가, 다음엔 “확인 안 됐다”고 물러났다가, 그 다음엔 “가족 계정으로 추정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요약하면, 그 글들을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어쨋거나 한동훈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이미 제명을 의결해 놓고, 이제 와서 “소명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한 정치인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라고 할 수 있는 제명 조치를 결정해놓고, 그렇게 비정상적 결정문을 써서 배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래서 코미디 대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건 ‘법치’가 아니라 공안적 세계관이다. 일단 벌 줄 사람을 잡아놓고, 단편적 증거들을 꿰맞춰보다, ‘마지막 퍼즐’을 찾지 못하면 피의자가 그 퍼즐을 숨겼을 것으로 전제하고 그 억울한 이에게 ‘증거 은닉’이라는 더 큰 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결국 그 피의자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죄인이 된다. 즉, 증거가 있어도 죄인 증거가 없어도 죄인. 애초에 그가 죄인이라고 지목됐기에 죄인이 되는 것이다.
입증 책임을 피의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그런 게 마녀재판이다. 지금 장동혁 대표가 말하는 제명안 ‘보류’는 한 술 더 뜬 것이다. 마녀를 불에 태우기 전에 한 번 더 광장에 세워 구경거리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아직 태우지 않겠다. 대신 네가 마녀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 앞에서 직접 증명해 봐라.”
이게 방어권인가. 이건 정치적 망신주기다. 진짜 정의를 생각했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제명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이 드러난 순간, 그 결정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과정을 이용해 사람을 더 흔들고, 여론의 법정에서 한 번 더 태워보겠다는 것. 이건 징계가 아니라 정치적 연출이다.
보수정당은 늘 법치와 절차를 말해왔다. 그런데 의심과 심증만으로 한 정치인을 제명 조치를 내렸다. 차라리 “증거는 없지만, 한동훈이 밉다. 그래서 내쫓아야겠다”고 선언했다면 솔직했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위선은 없었을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진정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싶다면, 보류가 아니라 철회가 답이다. 이미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더 정교한 연출로 가릴 수는 없다. 증거 없는 단죄, 입증 책임의 전도, 그리고 공개 심문식 ‘소명’ 요구. 누구를 지지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건 아니다. 제명 철회가 없으면 이는 국민의힘이 법치를 버렸다는 자백이다.
이 교수는 탄핵반대 입장이어서 한동훈을 엄청 비판하는 칼럼 자주 쓰던 사람임
피의자에게 입증 책임을 돌리며 답을 정해놓고 마녀 사냥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