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어느덧 뚱뚱한 핸들커버에
그럭저럭 익숙해져 있었다
핸들에 전원을 넣으면 커버의 뚱뚱함을
뚫고 미세하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는 뚱뚱한 핸들커버에 거의 적응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당신 그 뚱뚱한 핸들커버 맞지도 않는거
쓴다고 불편하다며 종이같이 얇은 가죽의
핸들커버를 또 선물해주는 것이었다
이건 또 뭐람 원한적 없는 두번째의 핸들커버였다
그 또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니
이번에는 뚱뚱한 핸들커버를 벗기고
그 종이같은 (가짜)가죽핸들커버를 씌우는데
아니 왜 그러는거지
왜 원하지 않는걸 사주는거야
나는 원래 내 핸들이 좋았어
뚱뚱한 것도 얇은 것도 갖고싶어한 적이 없었어
원하지 않았던 선물은 남편의 선물이
훨씬 고약했는데 얇아서 걸핏하면
벗겨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아주 좋은 걸 샀고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그또한 벗겨낼 수가
없었다 별로 안 좋아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의 성의를 무시할 수가 없어
걸핏하면 벗겨지려하는 얇은 핸들커버를
한동안 썼다
쓰면서 생각했다
누군가가 원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원한다고 생각해서 사주면 안되겠다
내 생각과 그 사람의 생각은 아주
다를 수 있겠다
호의나 선의가 호의나 선의가 아닐 수도 있겠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느날 남편이 내 차를 타고 운전할 일이
있었는데 핸들커버가 이렇게 돌아가면
위험하겠다며 이런건줄 몰랐다고 해서
그러면 어쩔 수 없네 하며
뚱뚱한 핸들커버로 다시 바꾸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나는 뚱뚱한 핸들커버를 쓰고 있다
많이 익숙해져서 더이상은 불편하지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