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아이가 중2였을 때 세수대야 냉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어요. 대충 요약하자면 학교에서 세수대야 냉면을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왕따인 듯한 아들이 모든 준비물을 떠맡아서 마음이 힘들다는 내용이였어요.
친구에게도 못하던 이야기에 일방적으로 저와 저희 아이편 들어주시는 댓글로 많은 힘과 용기를 얻었고 저희 아이와 비슷하게 김밥재료준비를 모두 해야했던 분과 그 아드님 댓글을 읽고 혼자 엉엉 소리내어 울다가 우리 아들도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사람노릇은 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졌었답니다.
그 날 보냉백에 얼음과 물, 삶은 면 8인 분, 세수대야, 종이컵, 젓가락까지 모든 준비물을 두 주먹 불끈 쥐고 들고 간 아들은 다행히 친구들과 잘 먹고 집에 돌아왔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학교 생활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고 사건들도 있었지만 아이도 성장하고 있었는지 충동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는 태도가 보였답니다. 덕분에 과묵하고 게임만 하는 아이가 되었지만요. 학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밥을 굶고 오는 날도 많았지요. 어느 날에는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에는 엄마 그래도 히키코모리로 살고 싶지는 않다며 다시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가는 일이 반복되었기에 저는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힘든지 알고 있었어요. 현장학습 장소에 같이 갈 친구가 없어 제가 데려다 주고 데려 오기도 하고 정신병자라고 놀림당한 이후에는 3학년 수학여행도 가지 않았구요.
그렇게 힘들게 중학교 3년을 보내고 어제 아이가 드디어 졸업을 했어요. "엄마 나 졸업 못할 줄 알았지?" 라며 씩 웃는 아들에게 "아니야. 엄마는 너 해낼 줄 알았다"고 쿨하게 대답해 주었답니다.
남들보다는 좀 느리고 천천히 자기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아이와 그 모습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저에게 많은 지혜와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이와 저는 고등학교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