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생 아이를 키워요. 아이가 12월 31일 밤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친구들 약속이 파토가 났어요. ㅠㅠ 얼마나 그날을 기다렸는데 약속이 깨지니 그야말로 오만 심술을 다 부리더라고요.
저는 퇴근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초밥을 포장하고, 집에 오자마자 순살 족발 주문해줬더니, 그걸 먹으면서 기분이 풀렸더라고요. 아이고 단순한 것. ㅎㅎㅎ
신나게 게임하고 놀더니만 친구가 11시쯤에 불렀나봅니다. 술 마시자고요. 애가 살짝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서 있겠다고 했어요.
12시 보신각종 같이 듣고, 12시 5분에 옷을 주섬주섬 걸쳐입고, 신분증 들고 편의점에 간다고 하네요. 맥주 사온대요. 뭐 사오면 좋겠냐고 물어봐서, 세븐브로이 대표맥주 사오라고 했어요. 곰표 밀맥주에 당한 회사라고 하면서요. ㅎ
애가 진짜 딱 한캔만 사왔더라고요. 안주도 없이. 그러더니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엄마, 편의점에서 맥주 사면서, 신분증을 보여줬거든요. 주인 아저씨가 제 얼굴을 보더니, '삼년 동안 네 얼굴을 봤는데, 이름도 몰랐네. 니 이름이 **이었구나.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멋진 어른이 되거라.' 라고 하셨어요!"
세상에, 저희 집이 아이 다니는 고등학교 근처였거든요. 제가 일하는 싱글맘이라, 간혹 아이 혼자서 편의점에서 뭘 사와서 먹기도 하고, 아침에 들러서 간식도 사 가곤 했던 단골 편의점이 있었어요. 그 편의점이 정말 고등학교 애들이 좋아하는 걸 잘 갖다놓는 집이라 아이들이 정말 많이들 들리는 곳인데, 아이들 얼굴을 기억하고 계셨네요.
동네 아저씨의 이러한 따뜻한 말 한마디에, 저희 아이는 너무 기뻐했답니다. 저도 세상이 참 좋은 곳이구나 싶었구요.
반전은, 세븐브로이 대표 맥주 몇 모금 마시더니, 맥주 맛 없다며 술 안먹겠다고 선언. ㅋㅋㅋ 그리고 제가 먹던 호로요이 복숭아맛 가져가서 혼자서 마시면서 게임 하더군요. 아이는 바로 현실 게임으로 쿨하게 가버리고요, 저는 혼자 감동에 젖어 남은 맥주 다 마시고, 모자라서 한캔 더 까고 잤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