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그 남자집에 불이 났소
밤에 사이렌이 크게 울렸소
모두들 자려고 누웠을 그런 시각이었소
그 남자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결혼한 누나가 있어 가끔 다니러 왔소
아버지가 거실에서 일어나시다가
난로를 건들여 난로가 넘어지며
사이렌이 울렸는데
이웃들이 너무 오버하여
그 집 문을 열어제치고
소화기를 뿌려버린 것이었는데
(한겨울의 밤이었소)
소화기라는 것이 밀가루같은 작은 알갱이로
불이 문제가 아니라
집안이 그저 초토화가 되어버린 것이었소
우리 엄마가 오지랍이 장난이 아니셔서
청소해드리러 가자고 하셨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추운 밤이었소
도대체 청소를 한다고 될 것 같지 않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소 문을 온통 열어놓아 할아버지께서
몸을 덜덜 떨며 거실에 계신데 할아버지의 아들이
있다는데 할아버지만 계실뿐 아들이 없었소
이웃주민들이 사이렌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소화기를 난사?할때
그 집 강아지가 뛰쳐나갔고
아들은 강아지를 찾으러 나갔다고
이장님이 이야기했소
엄마와 나는 청소를 하는데
시작과 동시에 집에 가고 싶었소
너무 추웠소(문 활짝)
도대체 흰가루 알갱이가 없는 곳이 없었소
내일까지 치워도 안 될 것 같았소
그날 내가 내가 보았던 건
소식을 듣고 이웃 도시에서 달려온 그 집
딸이었소 고운 임산부였는데 눈물을 흘리며
들어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소
너무 힘들다 이 집 아들은 아직도 개를 못 찾았나
할때 그 집 아들이 돌아왔고
이장님 포함한 2차 원정대가 도착하여
1차로 갔던 나는 엄마의 옆구리를
쿡쿡 쑤시며 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해 겨우
집으로 돌아왔소
나는 그때 그 사람이 나를 보았다고 생각하오
알 수 없는 일이오
누차 이야기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여자가 평일 저녁에
누워있다가 나갔다면 그 꼴은 뻔하디 뻔하오
그날밤 그 남자는 개를 찾으러 멀리까지
갔다하오
이장님이 다음날 이야기해주었소
추운 밤이었소
돌아온 집은 어수선했고 온동네 사람이
다 들락거리고 있었소
거기서 그는 나를 보았소
그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소
어쨌든 그런 밤이 그에게 있었던가 보오
슬펐을 거라고 생각하오
개를 찾아 헤매다 돌아온 집에서
그는 나를 보았을 것 같소
오래전 일이오
그는 행복하게 잘 살아 남편
아버지가 되어 이제 그 밤은 기억조차
없을 것이오
늙은 여자가 된 내가 그 날 밤의 일을 떠올려보오
정말 추운 어느 밤의 일이었소
다음 시리즈가 있다면 찾아보고 다시 오겠소